[이사람]북아일랜드인권委 딕슨판무관

  • 입력 2000년 5월 17일 20시 03분


“벨파스트 시내에서 이제 더 이상 중무장한 장갑차는 물론 무장 군인이나 경찰을 볼 수 없습니다. 북아일랜드에 30여년 만에 돌아온 이 지극히 정상적인 삶만큼이나 전세계인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도 없을 겁니다.”

최근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영국공보원과 공동으로 ‘민주주의, 권리와 평등-그 도전과 기회’라는 국제세미나를 연 북아일랜드 인권위원회 브라이스 딕슨 판무관(46)은 이 지역에 의회민주주의가 회복되리라는 강한 확신을 보였다.

영국계 신교도와 아일랜드계 구교도간의 분쟁에 시달려 온 북아일랜드는 1998년4월 구교도의 무장투쟁조직인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 신페인당을 포함해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를 구성키로 한 ‘성(聖) 금요일 평화협정’ 체결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 2월 IRA가 무기반납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공동자치정부의 활동이 한때 정지되기도 했으나 6일 IRA가 무기고에 대한 정기사찰을 수용하겠다고 선언, 평화이행 문제는 다시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딕슨 판무관은 “이런 평화기조에 힘입어 북아일랜드 경제는 지난 5년간 영국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빨리 성장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86년의 17%에서 7%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있다. 60%인 영국계 신교도에 비해 40%로 상대적 소수파인 아일랜드계 구교도들의 실업률이 두배나 된다. 다수결원칙 아래 소외되기 쉬운 소수파의 권리를 정치 경제 사회분야에서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하느냐는 문제도 이제 겨우 첫 단추를 꿴 상태.

“북아일랜드인권위원회는 바로 그런 비례적 민주주의의 문제를 보완하고 신구교간의 진정한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영국계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북아일랜드가 과거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극복해 세계인권문제의 선두주자로 나설 기회를 갖게 됐다”며 “남북간 첫 정상회담이 인권상황을 더욱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덕담을 곁들였다.

<벨파스트〓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