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떠돌이 자금' 정기예금에 몰려…단기상품은 '썰물'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3분


초단기상품에 머물면서 투자처를 찾던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의 투자를 유보하고 낮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안전한 정기예금을 선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은행이 밝힌 ‘은행예금 추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은행 단기상품인 자유입출금식 예금이 5월들어 10일까지 모두 2조3549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자유입출금식예금은 시중의 단기자금화현상 때문에 올해 들어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해왔으나 5월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 반면 이 기간에 정기예금에는 2조3877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돼 2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유입출금식 예금이 크게 줄면서 자유입출금식 예금에 정기예금을 합한 저축성예금 총액도 5월 12일 현재 1884억원이 줄었다. 올 들어 4월말까지 41조9000억원이 신규유입되면서 매달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던 저축성예금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

한은은 자유입출금식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무엇보다 5월1∼15일이 법인세 납부기간인 점이 크지만 이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상당 자금이 단기상품에서 정기예금으로 옮아가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은 정희전(鄭熙全)통화운영팀장은 “시중 부동자금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식시장의 침체가 오래갈 것으로 내다보고 은행 정기예금 상품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은 이르지만 시중단기화현상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투자자들은 그동안 8%대의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체투자수단을 찾으려고 했으나 시중금리가 오르더라도 과거처럼 큰 폭으로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정기예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LG경제연구원 이한득(李漢得)책임연구원은 “그동안 투신권 자금이 은행 저축성예금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중 상당부분이 초단기상품으로 들어갔으나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자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증시 주변자금은 지난해말 80조1245억원에 달했으나 5월 15일 현재 67조9381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어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수주식형 수익증권의 경우 지난해말 50조원에서 5월15일 43조330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LG경제연구원 이책임연구원은 “지금은 주식 부동산시장 등 어느 곳에도 투자할만한 대상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으로의 자금유입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통화당국이 바라는 대로 자금단기화현상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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