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벤처캐피털 "주가 왜 이래"…실적비해 저평가

  • 입력 2000년 5월 15일 19시 47분


매출액(영업수익) 372억원에 당기순이익 325억원. 코스닥종목인 TG벤처(옛 개발투자)의 올 1·4분기(1∼3월) 영업실적이다. 419억원 매출, 231억원 순이익을 올린 작년 실적을 불과 석달만에 초과달성했다.

그런데도 작년말 640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2350원. 이만저만한 푸대접이 아니다.

TG벤처만큼은 아니라도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창투사)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턱없이 낮은 수준.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적대비 저평가(?)〓벤처캐피털은 지난해 코스닥시장 활황의 최대 수혜업종. 보유 장외주식이 잇따라 코스닥시장에 잇따라 등록되면서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거래소시장의 KTB네트워크(옛 종합기술금융)는 지난해 5190억원 매출에 순이익 1107억원을 올린 대표적 벤처캐피털. 1·4분기 이미 14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작년말 1만1000원이던 주가는 오히려 9100원대로 후퇴했다.

한국기술투자 역시 나스닥 상장종목인 실리콘이미지와 코스닥 ‘바이오칩’ 열풍을 몰고 온 마크로젠 주식 일부를 처분, 1·4분기 매출 390억원에 순이익 263억원을 올렸지만 주가는 3960원으로 작년 말보다 40%이상 떨어졌다. 기술투자 관계자는 “올 흑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작년보다 3배이상 늘어난 15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라며 턱없이 낮은 주가에 불만을 나타냈다.

▽주가는 미래전망이 결정〓벤처캐피털의 주가가 낮은 이유는 불확실한 장래 때문. 30여개에 불과했던 벤처캐피털 수가 최근 120개 이상으로 늘어나 유망업체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출혈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 창투사 임원은 “평균 매입단가가 전보다 10∼15배 높아져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대박’을 터뜨릴 기회가 줄어들었다.

수입의 대부분이 주식투자에서 비롯된다는 구조적 문제점도 주가약세의 원인. 대우증권 박주현 연구위원은 “KTB네트워크나 기술투자를 제외한 벤처캐피털은 거의 모든 이익이 투자주식에서 나온다”며 “매입단가가 높아지고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 문을 닫는 회사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주청약도 신중해야〓수년간 뜸했던 벤처캐피털의 코스닥시장 등록이 작년말 동원창투와 인사이트벤처(옛 대구창투) 이후 다시 러시를 이루고 있다. 4, 5월에는 무한기술투자, 한솔창투가 코스닥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공모주청약을 거치지 않은 무한기술투자를 빼고는 모두 15일 종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상태.

등록이 확정된 한림창투(공모청약일 17∼18일) 우리기술투자(18∼19일) 제일창투(23∼24일), 등록예비심사를 청구해놓은 코미트창투 CDIB벤처캐피탈 대양창투 등에 공모주투자를 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LG투자증권 이준재과장은 “공모주청약에 앞서 실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기관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고르는 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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