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 드라마 허준의 잘못된 한방상식 9가지

  • 입력 2000년 5월 4일 23시 59분


‘방송 명강사’ 한의사 김홍경이 콕콕 집어낸 드라마 <허준> 의 잘못된한방 상식 9가지 TV드라마<허준>이 평균 시청률 60%를 넘나드는 최고 인기드라마로장안의화제다.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 기록에 도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한의원에는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잦고 드라마 속에 나오는 처방이나 민간요법에 대한 각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잘못 전해진 한의학 상식도 새로운 문제점으로대두되고 있다. 한의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방송 명강사로도인기를 모으고 있는 괴짜 한의사 김홍경이 말하는 드라마 <허준>의 잘못 알려진 한방상식 철저 분석. ●글·강은아<자유기고가> ●사진·지재만 기자 MBC드라마<허준>의 폭발적인 인기로 ‘허준 마케팅’이 붐을 이루며 각종 한방상품이 뜨고 있다.드라마의 원작인 ‘소설 동의보감’(이은성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간)이 출간 10년만에 또 다시 베스트셀러대열에올랐고 ‘동의보감’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다른 여타 서적들까지 덩달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또한 한방치약 등 한약재 공산품이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각 대형 백화점의 한방코너가 연일 붐비고 있다. 통신판매 쪽에서도 건강보양식품 수요가 급증, 지난 3월초부터는 매출이 갑절이상 급증했다.한약방과 한의원에도 고객들의발길이 부쩍 늘어 드라마 상에 나왔던 처방이나 약재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허준>의 한의학은 침 한방의 신비의학? 그러나 정작 문제는 드라마를 극적 효과를 위한 가공의 과장된 이야기로보지 않는 시청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 한방을 마치 신비의학쯤으로여기거나, 환자들이 왜 허준처럼 침 한방, 약 한첩으로 못 낫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으며 빨리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진료를 오래 끌어 치료비를 많이 받으려는 것이 아니냐”“실력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사암침법을 복원하고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의 명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의사 김홍경씨는 파급력이 막강한 드라마 허준의 허와 실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라마허준에는적지 않은 한의학적 지식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부자(附子)가 많이 든 약을 다려먹고 눈이 멀었다가 천신만고끝에 완쾌된 이야기, 침과 뜸을 병용하지 않는 허준의 결정,또한 여러 질병에 관련된 처방 이야기까지…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우리나라 국민성에 입각하여 심각하게 재고되어야할 맹목적 유행추종의함정이숨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무엇이 좋다고 한마디만 보도되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상품이 며칠새 시장에서찾아보기 힘들 정도이지요. 더군다나 요즘같이 건강이나 한의학에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이라면 드라마 허준의 한마디가갖는파장은 실로 놀라운 정도입니다. 드라마 <허준>이 한 단계더 뛰어난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를 나열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정보를 가려내고 소화하는 능력을 시청자들에게 심어 주어야만 합니다. 어떤 약이 좋다는 절대주의적 암기 지식을 시청자들에게 은연중에 불어 넣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 잘못된 한방상식 첫번째 침과 뜸은 함께 쓰지 않는다? 얼마전 “침과 뜸은 함께 쓰지 않는 것이 의가의 상식”이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방송된 이후로 환자들이 침과 뜸을 함께 쓰는 치료를 거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있었다. 과연 한의학에서 침과 뜸은 함께 사용할 수 없는가. “요즘 환자들이 침과 뜸 치료를 함께 하는 한의사를 돌팔이라고 수군거리기까지한답니다.그러나 동의보감에는 분명코 침과 뜸을 함께사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오히려 침을 놓은 뒤 침끝에 뜸을 매달아 뜸의 온기가 침을 통해 전달되도록 하는 온침요법이 소개돼있지요. 침과 뜸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1침2구3약(一鍼 二灸 三藥)’이라는 한의학 치료원칙이 잘못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1침2구3약’이란 우선 먼저 침을 이용해 1차 질병치료를 한뒤부족할 경우 두 번째로는 뜸을 뜨고 그 다음 단계로는 약을 차례로사용한다는 뜻입니다.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침과 뜸,침과약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고 세가지 모두를 한꺼번에 쓰기도 합니다.침을 제일 먼저 쓰는 이유는 사용이 간편하고 응급상황에서는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 잘못된 한방상식 두번째 부자(附子)는 꿀과 함께 써야 한다? 한편드라마상의 돌쇠라는 인물이 허준에게 항의를 하는 장면이 있다. 부자를 넣은 약 처방의 부작용 때문에 돌쇠의 어머니가 눈이 멀게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허준은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지 않고무작정 약을 지어 먹인 돌쇠의 잘못을 탓하고 또한 부자를 꿀과 함께쓰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그러나 김홍경씨는 이 부분도 올바른 내용은 아니라고 말한다. “감초와검은콩으로 만든 감두탕을 해독제로 사용하거나 부자를 검은콩즙에 담가 독성을 완화시킨 뒤 사용하거나, 열로 인한 부작용을막기위해 차게 식혀서 조금씩 먹입니다.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서에서꿀을 부자 해독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은 찾기 어렵습니다.인체내한기를 치료하기 위해 부자를 쓸 경우 한약중에서 찬 성질을 가진 황련이라는 약재를 조금 첨가합니다.황련은 부자의 왕성한열기를 견제하는 동시에 인체내 한기가 머무는 병소에 접근을용이하게합니다.양극단을 이룬 인체내 한기와 부자의 열기가 급작스럽게맞닥뜨릴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인체의질병은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때 생긴다는 것이 한의학적 관점입니다.따라서 치료를 위한 처방역시 중용의 도에서 벗어날 수 없지요.” ◇ 잘못된 한방상식 세번째 침술로 실명환자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 한두번의 침 치료로 실명한 환자의 눈을 뜨게 해주는 기적같은 장면이 방영된 것에 대해서도 김홍경씨는 할 말이 많다. “한방에선눈이 어두워지는 것을 안혼(眼昏)이라고 하는데 안혼은 한두번의침치료로는 고치기 어렵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안혼은간장 신장이 허약하거나 원기가 떨어졌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열이 뭉쳐 시신경이 막혔을 때 생기는 것이지요. 부자 등의 약물이 망막변성을 일으켰거나 눈의 갑작스런 충격으로 신경이 일시적으로부어 시력이 뚝 떨어졌을 때 며칠 안에 치료하면 되돌아올 수는 있지만시신경이죽어 아무 것도 안보이는 경우 시력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 잘못된 한방상식 네번째 임신부는 모두 십전대보탕을 먹어라? 드라마 <허준>에서는 임신한 부인 하남댁(김해숙 분)을 위해 구일서(이희도분)가 임오근(임현식 분)을 찾아가 웅담을 넣어 보약을 지어달라고 하는 장면도 있다. 이에 임오근은 “웅담은 임신부가 잘못 먹으면독이 된다”며 웅담을 가로챈다. 그리고 예진(황수정 분)은 인삼,황기, 백출, 당귀 등의 십전대보탕을 처방해 준다.임오근의 말대로 웅담은 정말 임신부에게 독이 되는 것일까? 또한 모든 임신부가 십전대보탕을 보약으로 먹으면 좋은 것일까? 이 부분 역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김씨는 지적한다. “웅담은 기본적으로 독성은 없으며 열병과 황달에 주로 사용하지요.그러나 어혈을 파괴하고 약성이 차가워 몸이 허하고 냉한 임신부가 복용하면 낙태의 우려는 있습니다.따라서 임신부에게 쓸 약은 아니라고봐야겠지요.임오근의 말은 틀린 것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예진의 처방대로 모든 임산부가 꼭 기혈을 보하는 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 점은 주의해야지요. 극중의 하남댁처럼 기본적으로 몸이 허약하고 한증을 겪고 있는 임신부라면 십전대보탕을 쓸 수도 있지만요.” ◇ 잘못된 한방상식 다섯번째 해구신은 한방 최고의 비아그라다? 김홍경씨는 드라마 내용의 일부가 정력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일부남성들의 보신문화를 부추킬 것에 대해서도 미리 일침을 놓는다. “허준을 형님으로 모시는 양태가 허준이 올눌제라고 불리는 물개 음경을 보여주자 냉큼 입에 집어넣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고의 정력제로 알려진 해구신입니다.동의보감에는 ‘올눌제’란말이 ‘물개의 배꼽’이란 의미로 성기능 쇠약증, 음위증, 남성의정력이 쇠약하고 정액의 양이 적은 것, 과도한 성생활로 신(腎)의 기능이 허약해진 경우를 치료한다’고 적혀 있습니다.그러나 해구신은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음양쌍보전에 가미해 처방하는 것이 좋습니다.음양쌍보전이란 양기운이 부족하면 발기가 되지 않고 음기운이부족하면사정이 빨라지는데 양과 음을 모두 보(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구신이 성기능을 높여주는 정력제이지만 모든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맹신을 불러일으킬까 걱정스럽습니다.” ◇ 잘못된 한방상식 여섯번째 기침에는 오미자가 특효다? 김씨는 서울 경동시장의 약재상을 비롯하여 한약방마다 드라마에 방영됐던 약재를 구하러 오는 발길이 분주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드라마에서 허준의 입을 통해 간을 치료하는 약재라고 소개되는 산딸기,모과, 포공영, 파뿌리 등은 사실은 간과 황달 치료에는 별 효과가없는데도 이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답니다. 이외에도‘기침에는오미자를 먹어라’라는 식의 단순 처방소개가 많이 나와서시청자들이무작정 따라할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은 꼭밝혀져야 합니다. 오미자를 기침에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폐허증에만 국한됩니다.” ◇ 잘못된 한방상식 일곱번째 위암에 지리산 약재 ‘비파’가 비방이다? 얼마 전에는 죽어가는 유의태가 앓고 있는 ‘반위’가 오늘 날의 위암이라며 암에 좋다는 약재까지 소개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또한 정확한 한방 상식은 아니라는 것. “동의보감 잡병편 구토문에는 ‘반위는 비장이 손상돼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아침에 먹은 것은 저녁에 토하고, 저녁에 먹은 것은 다음날 아침에 토하는 증상’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반위는 위암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증상 중 한 가지일 뿐, 반위가 꼭위암인 것은 아닙니다. 또 예진이 반위의 극심한 통증을 줄인다며만든‘신선탈명단’은 기가 정체돼 딸꾹질이 심하거나 음식이 소화되지않는경우에 사용하는 약이지 오늘날의 항암제나 진통제 개념은아닙니다. 허준이 스승을 구하겠다며 지리산으로 들어가 비파·와송·삼칠근 등을 찾는 장면도 있더군요. 이들 약재 중에는 최근 동물실험 결과 항암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항암성분’이 포함되어 있다해서 그것이 곧 ‘암 치료제’인 것은 절대 아니지요.” ◇ 잘못된 한방상식 여덟번째 침을 놓을 때는 직침으로만 놓는다? 허준이 드라마에서 침을 매우 조심스럽게 뽑은 후 침끝을 아주 세심하게 오랜 동안 살펴보는 장면덕분에 환자들은 한의사에게 “왜 침을자세히 보지 않느냐, 침을 왜 성의없이 쉽게 뽑느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덧붙인다. “드라마의 극적 효과상 침을 오래 보는 것이야 그렇다 칠 수 있지요.그런데 어떠한 경우든지 직침만 행하는 모양은 몇 가지 고증을 요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침법만 해도 침을 45도 각도로 경락에따라눕혀 시술하는 보사(補瀉)법을 행하는 것이 정도이니까요. 방송되는 내용은 모두 옳고 믿을만한 것이다라는 최면성을 지닌 매스컴 정보의 부정확성은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잘못된 한방상식 아홉번째 이틀이면 중풍 완치하는 한방비법이 있다? 김홍경씨가 무엇보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드라마에선 모든 병을 아주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고쳐낸다는 점이다. “노인의 오래된 해소기침이 약초즙 한 그릇으로 단번에 멎어버리고 왕자의 단독을 침 한방으로 치료하더군요. 또 의식을 잃은 창녕대감 부인의 중풍을 2~3일 만에 치료하더니… 또 겨우 의식을 찾은 대감 부인을일어나 걷게 하며 허준 스스로 흥분하는 장면도 있습디다만 드라마 내에서 허준의 이런 모습은 ‘중풍재활치료’라는 의학적 내용을무시한 이적을 행하는 ‘사이비 교주’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드라마 <허준>이 한의사에게는 ‘쓴 약’ 김홍경씨는 드라마 <허준>이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켜 주었으며 한의학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고. “<허준>의 인기 요인으로는 우선 ‘의인에 대한 목마름’이자 ‘인간미를 바탕으로 한 의료 행위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있을 것입니다.픽션을 바탕으로 쓰여진 드라마 속의 허준은 서민 대중을 감싸안는진실된 의사로 그려지고 있으니까요. 밤새워 병자들을 돌보느라 의과에 응시하지 못하는 허준의 풍모를 보면서 디지털 시대에 황금 만능주의가 판치는 현실을 비춰볼 수 있잖아요. 병원은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의 원망스런 장소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시청자들은 허준이 갖고 있는 진정한 ‘히포크라테스정신’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졸업과 동시에 보장되는 직장과 사회적 허명에 안주하다보니 어느새 보약위주 처방을 권하는 한의사나, 중병 치료를 귀찮아하며 의료수가에만 급급하는 의사가 되어버린 의료인들에게 이 드라마는 한편 쓴 약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김씨는 한방 건강비결로 체질에 좋고 나쁨을 스스로 알 수 있는 음양관을 설명한다. “예를들어 흔히 해삼, 멍게, 굴처럼 약간 차고 진액을 보충하는 음적인식품을 만병통치 약처럼 선전해 댄다고 해도, 속지 않고 ‘아!저런 종류는 마르고 열이 있는 양적체질에게 약이 되나 나같이 뚱뚱하고 몸이 찬 음인에게는 독이 되겠구나’라고 판단하는 탄력성 있는음양관을 말합니다. 뚱뚱한 사람에게 생맥주와 기름진 치킨을 주는것이나 마른 사람에게 독한 소주와 생마늘, 고추장을 주는 것 등은우리가 언뜻 생각해보아도 안어울리지 않습니까? 같은 이유로 성질이 강한 한약도 음양에 따라 반드시 구별되어져야 합니다. 이와같이한의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음양관에 입각한 예화가 앞으로의 드라마 <허준>에서도 자주 언급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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