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 자기를 돌아보고, 스트레스도 풀고

  • 입력 2000년 5월 4일 23시 59분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속엔 헛됨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자리를 뺏고. 내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최근 인기를 얻었던 대중가요의 한 대목이다. 사실 우리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은 마음을 안고 산다. 요즘 도시 곳곳에는 그런 마음을 비우고자 참선에 열을 올리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주부 안부선씨(36)는 지난 1월부터 지하철 3호선 신사역 부근에 위치한무불선원에다니고 있다. 안씨는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돈을 좀더많이 벌 수 있고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을까하는 채워지지 않은 욕심에 늘 괴로워하고 불만스러워하며 때론 많은 날들을 술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돈벌 욕심에 정신없이 살다보니 마음이 너무너무 허전하고 기댈 곳이 없더라구요. 그게 쌓이고 쌓이니 마음의 병이 되었어요. 이곳에서 처음 참선하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날이후 자연스레 술도 멀리하게 되었고 좀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씨는 일주일에 세번씩 빠지지 않고 무불선원에 나와 참선을 한다. 참선 열풍은 비단 주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무불선원의 경우 전문 직장인, 상업인, 주부, 교사, 변호사, 판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근처 중학교에서는 특활활동반으로 참선반을 둘 정도인데 인원이 30명으로 무불선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추세는 서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참선인구는 1천5백만명정도이고 명상센터가 1천여 군데에 이른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건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참선을 지목할 만큼 관심사가 되고있다. 이렇듯 참선이 대중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명정 스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는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정신문화는 복잡해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혼돈 상태죠. 개인들은 너무많은 욕심을 부리고 그 욕심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삽니다. 명상이나 참선을 찾는 것은 그 수많은 욕심덩어리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쉴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우리는 자연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막 써도 되는 줄 알았는데 오늘날 나타나는 결과는 그게 아니거든요.자연을내 소유물로 여겼을 때 그 피해는 결국 인간, 자신에게 오더라 그거죠. 자연이라는 것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하나의 개체로 동등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참선이란 무엇인가 참선은 불교의 수행방법이다. 형태는 같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단순한 명상과는 차이가 있다. 명상이 한순간 마음을 편안하게 쉰다는 의미라면 참선은 구도의 방편인 것이다. ‘나는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화두를 안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라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순간순간의 생각들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그 생각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미래를포함한다. 사실 나를 안다고 하지만 나를 지배하는 순간의생각들이 언제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참선은 그 생각의 근원을 탐구하는 일이다. 참선은불교에서 경전이나 염불보다 높은 차원의 수행법이다. 자신에게끊임없이질문을 던지며 진행해간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하지만 시민선방의 경우 화두를 던져주며 시민들의 참선을 돕는다.참선의 목적은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어 안과 밖, 나와 남의 경계를 없애는 데 있다. 집착, 욕망, 번뇌에서 벗어난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만큼밥먹을 때, 요리할 때, 운전을 할 때 그 한가지에만 집중할수 있다면 그것도 참선이라고 말한다. 잠자기 전 단 몇분간이라도하루일과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질투나 욕심이나 화가 날 때 그 마음을 즉각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하는 참선이다. ◇참선이 좋은 이유 우선참선을 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불안감이나 우울감을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신체 기능의 활동을 촉진시킨다. 우리몸의 기능과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것이자율신경.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눠진다. 흥분하거나 위험, 공포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 교감신경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면 부교감신경은 안정상태일 때 심장박동을억제하거나 소화나 호흡의 촉진, 배란과 배뇨 등의 기능을 주관한다.소모된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용을 하는 셈이다. 참선은 교감신경을 약화시키는 반면 부교감신경을 강화시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명상이 깊은 단계로 접어들면 뇌파가 바뀌면서 더욱 안정된 상태에들어간다. 우리 몸에서는 정신활동을 하면 할수록 베타(β)파가 많이 나오고 눈을 감고 안정된 상태에 있으면 알파(α)파가 나온다.실제 명상에 접어들면 알파파가 증가한다. 여기서 더욱 안정된 상태가되면세타(θ)파같이 알파파보다 더욱 느린 파장이 생겨난다. 따라서 참선은 모든 장기의 활동을 강화시킨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가교감,부교감신경계의 영향을 받는데 특히 부교감신경계의 지배를받게되어 편안해진다. 산소 소모량이 줄어 에너지의 저장 능력이높아지고 소화기의 촉진으로 신진대사가 잘 이뤄진다. 자연 스트레스해소에도 그만이다. 참선은 간단하게 명료화하고, 직관력과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본 바탕이다. ◇무불선원 주지 명정 스님의 미니 강좌 ◇나는 누구인가 참선은 내가 아는 내가 전부인가, 내가 나를 안다고 했을 때 무엇을 알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통해 내 본래 존재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아무리 집중해서 책을 본다 해도 몇 초 지나지 않아 생각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왔다갔다 한다. 끊임없이 한 생각이 일어나고 그 한생각 속에서 우리는 산다. 내 몸뚱이가, 내 이름이 내가 아니고 그 한 생각이 나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생각이 어디서 온 줄 모르고 어디로 소멸해가는지를모른다. 나를 다 알 것 같지만 내 속에는 내가 아는 내가 있고, 남이 아는 내가 있고, 나도 남도 모르는 내가 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생각이 어디서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해 배운다는것은 나를 배운다는 것이다. 내 실체, 내 생각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불교이고 그 근원을 파고 들어가는 방편이 참선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결정된다 1억이 있었으면 행복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진짜 1억이 생겼을 때, 행복할까. 행복하다는 생각은 순간이다. 1억을 얻은 후 만족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생각에의해 욕심이 일어나기 때문에 만족이란 없다. 그런가 하면 한 생각을 잘못 다스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억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라는 한 생각에 의해 내것이 생기고, 내것이라는생각이내것과 남의 것이라는 분별을 만들고, 다시 옳다 그르다는시비와 온갖 번뇌 망상을 만들고 만족이 무엇인지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생각은 끝이 없고 무량급이다. 내가 생각을 바꿔야지 한다 해서 100킬로 속도로 달려오던 자동차의 브레이크를밟는다고 바로 서지 않듯, 금방 바꿔지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이 생각은 과거 생각의 결과였고, 다음 생각의 원인이다. 그게 업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다 포함한 한 생각으로 사는데 누굴 원망하겠는가. 하지만 선에 대해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다는 것은 뭘 안다는 것이고 모른다는 것은 뭘 모른다는 것인가. 선에 대한 실천은나는누구이고, 어디서 온 존재인가, 하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에서비롯된다. 그래서 참선을 통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데 이런 참선법을 화두선이라 한다. 궁긍적으로 참선은 나와 남의 경계를무너뜨리고 자연과 우주와 일체를 이루는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욕심이 없는 편안한 상태다. 서울강남구 논현동에 자리잡은 무불선원은 시민전용 선방. 덕숭총림 수덕사 부설 서울 무불(無佛)선원(원장 이은윤)은 한국 선불교를 중흥시킨경허 선사의 선교불이(禪敎不二) 정신을 실천하는 도량이다.다른 곳과 달리 불상을 모시지 않아 화제가 되었는데, 주지 명정 도심 속 참선을 지도해주는 시민선방스님은 “밖에서 구하지 않고 오직 내 마음 안에서만 부처를 찾는다는 선의 종지를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은참선과 선학강좌가 병행되는데, 참선시 스님이 직접 지도를 해주기때문에초심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회비는월 3만원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래 4백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매일 40~50명이 자유롭게 참선한다. 반면 삼성동 무역센터 맞은편에 자리잡은 봉은사 봉은선원은 무불선원과달리 도복을 입고 스스로 좌선 수행을 한다. 매월 3만원의 회비만 내면 언제든 참선할 수 있다. 이외에도서울에 강남포교원, 금강선원, 선학원, 법련사 등에 선방이마련돼 있다. 또, 통도사, 백양사, 직지사, 쌍계사, 법주사, 불국사, 송광사 등 전국의 유명사찰도 방학이나 여름 휴가철에 일반시민들이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간 동안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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