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pecials]당신의 私생활이 무너지고 있다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1분


모니카 르윈스키는 그녀의 전기 ‘모니카의 이야기’에서 수사관들이 그녀의 집에 있는 컴퓨터를 압수할 때 망연자실했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그녀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지우다 만 전자우편 편지들과 대통령에게 보내지 않고 초안만 잡아놓았던 사랑의 편지 등을 발견했다. 르윈스키는 그것이 “끔찍한 사생활 침해”였다고 자신의 전기작가인 앤드루 모튼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당시 르윈스키의 기분이 어땠을지 이제는 많은 미국인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편지를 읽고 쓰는 것, 쇼핑, 섹스, 수다, 의료 서비스 등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우리들 일상생활의 가장 내밀한 부분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의 사생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고용주들과 모든 사람들이 보는 웹사이트, 그리고 사람들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모두 추적하는 광고 네트워크 등이다.

더블클릭(DoubleClick Inc.)의 예를 들어보자. 인터넷 최대의 광고회사인 더블클릭은 지난 몇 년 동안 사용자의 하드 드라이브에 일종의 전자지문인 ‘쿠키(cookie)’라고 불리는 파일을 보냄으로써 수백만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터넷 이용습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쿠키를 받은 사용자들은 더블클릭의 고객인 2500개 회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순간 특정 계층의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를 자동으로 수신하게 된다.

사용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ID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가 밝혀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런 염려 없이 더블클릭의 쿠키 파일을 받고 대신 인터넷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더블클릭이 아바커스 다이렉트(Abacus Direct)를 사들이면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아바커스 다이렉트는 9000만 가구의 이름, 주소, 현실 공간에서의 구매 습관 등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이다. 더블클릭은 올 1월에 아바커스에 기록된 사람들이 현실 공간과 사이버공간에서 보여주는 구매습관과 그들의 실제 이름 및 주소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익명으로 이루어지던 온라인 쇼핑이 개인 판별이 가능한 서류에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엉뚱한 오해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한 내밀한 개인적 정보가 유포되었을 때, 그들은 그 사람의 성격과 상황 등을 참고해서 그 정보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그런 정보가 낯선 사람들에게 유출되는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왜곡될 위험이 크다. 특히 사람들이 현실 공간과 사이버공간에서 보여주는 행동들과 그 사람들의 진짜 정체를 기록한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는 경우, 그 데이터베이스는 고용주, 보험회사, 전처나 전남편 등 개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인들에 의해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다.

게다가 집안의 가전제품들이 외부의 네트워크와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우리 일상생활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술을 넣어두는 벽장이 온라인 식품점인 핑크닷.콤(Pinkdot.com)에 위스키가 거의 떨어져간다는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고, 그것이 집안의 텔레비전에도 전달되어서 갑자기 애주가들을 위한 광고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이런 미래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떤 사이트에 들러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일일이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이미 존재한다. 1998년에 하버드 신학대학의 학장이 집에 있는 컴퓨터로 포르노 사진을 다운받은 것이 발각되어 사임한 후, 하버드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컴퓨터 기술자가 온라인 잡지에 이런 글을 기고했다. “내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던 서버 관리실에서 나는 게이트키퍼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전자우편을 보내고, 주식을 매매하고, 셀린 디옹의 사진을 다운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음만 먹었다면, 나는 사용현황을 추적해서 각각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에 미국 경영협회가 거의 1000 개에 가까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게이트키퍼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직원들의 전자우편, 컴퓨터 파일, 전화 통화 등을 감시하고 있는 회사가 45%나 된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35% 증가한 것이다.

물론 감시와 통신을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사생활의 본질을 바꿔놓고 있다는 공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00년 전에 루이스 브랜다이스와 새뮤얼 워런은 새로운 통신 기술, 특히 즉석 사진과 타블로이드 신문이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생활의 신성한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21세기의 인터넷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감시되고 기록될 수 있는 사생활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성과 데이트를 하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찾아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어떤 남성과 블라인드 데이트를 하기로 한 다음, 인터넷을 뒤져서 그가 한 온라인 잡지 기사에서 선정한 최악의 데이트상대 10명 중에 끼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기사에는 그가 성행위를 할 때 사용하는 도구와 그의 성행위 솜씨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그와 만나 식사를 하는 동안 그 기사 내용을 머리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내밀한 정보가 친구들 사이의 비공식적인 소문을 통해 교환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전세계 누구라도 쉽게 그 정보를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소문과 달리, 인터넷 소문에는 당사자가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그 소문을 듣게 될 잠재적 청중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데다가 그 숫자도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우편을 통해 소문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도 사법부는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서 전자우편을 엽서와 같이 취급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감시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기술들이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만큼 개인들이 사생활 보호에 대해 거는 기대가 감소되었으며 따라서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보호의 수위 역시 낮아질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감시하고 있다는 서면경고를 보낸다면, 사생활 보호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낮아질 것이므로 고용주는 사실상 아무런 제한없이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감시할 수 있다는 판결도 나왔다. 심지어는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전자우편과 관련, 사생활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한 경우에도 법원은 고용주가 사전 경고 없이 그 약속을 깰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자우편을 수색하는 것은 서면으로 된 편지를 수색하는 것보다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더 크다. 거의 100년 전의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시멜은 서면으로 된 편지가 특히 오해를 받을 우려가 크다고 썼다. 대화를 할 때와는 달리 편지에서는 말투, 몸짓, 얼굴표정 등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우편의 경우에는 오해의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전자우편은 대개 급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본다면 작성자의 감정상태에 대해 부정확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생활의 투명한 공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숨길 것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정보가 적게 공개되는 편보다는 많이 공개되는 편이 오히려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생활과 비밀을 혼동하고 있다. 비밀은 사생활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게다가 어떤 한 대상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볼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사생활의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또한 사람들이 사회적 활동을 위해 쓰고 있는 가면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학자인 어빙 고프먼이 1960년대에 주장했듯이, 사람들은 어떤 한 가지 성격만을 일관되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역할을 연기한다. 예를 들어, 교수인 나는 학생들을 대할 때, 동료들을 대할 때, 동네 세탁소 주인을 대할 때 각각 다른 사회적 가면을 이용한다. 만약 이 가면들을 모두 강제로 벗겨버린다면, 남는 것은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방어능력을 잃어버린 상처 입은 인간일 것이다.

고프먼은 또한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배우들처럼 무대 뒤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버리고, 추잡한 농담을 지껄이기도 하면서 사회생활의 불가피한 일부인 긴장을 털어낸다. 그러나 끊임없이 정보가 교환되는 인터넷 경제 속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감시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환경 속으로 점점 더 깊숙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지운 후에도 쉽게 되살릴 수 있는 전자우편을 완전히 지워주는 프로그램, 하드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청소해주는 프로그램, 사용자에게 다섯 개의 가명을 부여해서 사용자의 진짜 이름과 주소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게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현재 나와 있는 저항수단들이다.

한편 인터넷상의 익명성 보장이 시민의 법적인 권리로 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수집한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판매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이미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포괄적인 사생활 보호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계속 좌절되었다. 이러한 법에 의해 혜택을 받는 시민들은 이름이 없는 추상적인 존재인 반면, 이러한 법에 반대하는 기업들은 훌륭한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제프리 로즌(조지 워싱턴대 법학과 교수)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430mag-internetprivac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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