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프로야구]불붙은 이종범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의 홈구장인 나고야 돔구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격문이 있다.

'열혈남아 호시노 센이치.' 해태 김응룡감독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로 팀을 이끄는 호시노감독은 주니치의 최장수 감독으로 절대 권한을 행사한다. 선수들에겐 그의 말 한마디가 곧 '법'.

호시노감독은 지난해 저팬시리즈에서 맞붙은 다이에 호크스의 왕정치감독보다는 떨어지지만 슈퍼스타 출신이기도 하다. 포지션은 선동렬과 같은 마무리 투수. 초대 구원왕을 지냈다.

이런 호시노감독이 시즌 직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기존의 4번타자 고메스에 올초 메이저리그에서 스카우트한 데이비드 닐슨(일명 딩고)이 가세해 이종범이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

그러나 호시노감독은 이종범의 2군 퇴출 이유에 대해선 타격부진이 아닌 지난해 가을캠프 불참 때문이라고 둘러쳤다. 기량보다 중요한 게 팀워크와 정신력이라는 그의 야구관을 피력 한 것.

스타선수의 생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호시노감독의 혜안은 결과적으로 이종범에겐 '보약'이 됐다.

생전 처음으로 2군 강등의 수모를 당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야구천재' 이종범은 2군에서 4할대 타율로 웨스턴리그 리딩히터에 올랐고 22일 닐슨을 제치고 1군에 올라온 이후 꼴찌팀 주니치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종범은 4월 28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서 재역전 끝내기 결승타,30일에는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날린 것을 비롯,최근 5경기 연속안타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이종범은 30일 한신과의 경기에서 3번타자로 나와 3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 등 100% 출루율을 기록하며 주니치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타율은 어느새 0.375.

이로써 4승12패로 최악의 승률을 헤매고 있던 주니치는 이종범이 출장한 7경기에서 5승2패를 기록,9승14패로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3할타율을 올리며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닐슨은 일본에서 2군으로 강등된 첫 메이저리거란 불명예를 안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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