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불안 근본적 해결을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28일 종합주가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고 현대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도 반등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 700선 붕괴의 요인이었던 현대투신증권의 부실과 현대그룹의 불투명한 경영상황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충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만약 현대측과 정부가 26, 27일 증시를 강타한 ‘현대 쇼크’의 본질적 배경을 간과하거나 호도하면서 불안요인의 근본적 해결을 회피한다면 현대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 타격을 안길 우려가 있다.

현대측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현대그룹 자금상황 및 그 계열사 주가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동양증권을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면서 고발 제재할 움직임부터 보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대응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려는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하는 시장의 실망과 불신만 키울 소지가 있다.

현대 계열사 주가의 폭락은 현대투신의 펀드 불법운용과 부실 실태의 불투명성, 정부의 현대투신 지원대책 혼선, 현대그룹의 경영행태와 지배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점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과 불안이 외국인들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요컨대 현대측과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부터 내놓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게 급선무다. 우선 현대투신의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투신 자체는 자신들의 부담과 노력으로 부실을 최대한 해소하고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자구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현대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계획을 수립해 시장에 대한 약속으로 공표하고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동안 되풀이해온 구조조정안을 한번 더 발표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대우그룹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른바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보여온 파행적 갈등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경영의사결정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입증해 보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배구조의 전근대성과 불안양상이 현대그룹의 장래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음을 중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시장의 외면과 불신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정도(正道)경영을 보여주는 것이 현대의 살길이다.

한편 정부는 시장 불안의 원인 제거에 초점을 맞추어 현대의 자구노력과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시장을 살리는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 처방에 더 이상 실기(失機)할 여유가 없다. 혹시나 현대측이 ‘배짱’을 부리고 정부가 이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빚어진다면 우리 경제에 또다시 위기가 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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