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독신'/20~30대 독신녀들의 서늘한 내면풍경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독신을 주제한 테마소설집 ‘독신’(문학동네)이 나왔다. 김현영 류소영 이신조 등 20대 독신과 박자경 전혜성 윤애순 등 30∼40대 비독신이 신작을 내놓았다.

6개 단편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걸친 독신녀의 서늘한 내면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독신이란 결혼제도에 편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새로운 성 정체성에 눈 떠 ‘커밍 아웃’하는 주인공(김현영 ‘웨딩 웨딩 드레스’)처럼 결혼속에도 독신이 존재한다.

우연이겠지만, 각 편의 주인공은 서로 많이 닮았다. 방송작가, 디자이너, 의사 같은 번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안온한 결혼생활의 환상에 투항하려는 의지도 없다. ‘딱딱한 껍질에 웅크리고 숨구멍만한 틈만 허용하는 생활’(류소영 ‘파스타치오를 먹는 여자’)을 견뎌낼 뿐이다. 이들에게 ‘독신도 삶의 한 방식’이란 적극적인 명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

익명의 만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암시되지만(이신조 ‘콜링 유’) 대부분 남성과의 만남도 풍경처럼 스쳐간다. ‘독신녀는 신종 프롤레타리아’라고 하지만 혁명을 꿈꾸지도 않는다. 외로움에 치를 떨면서도 불 꺼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운명인 듯 싶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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