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Fashion]미니스커트 '반란' 수그러들어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프라다가 지난 8년 동안 치마 길이가 짧은 옷을 선보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제는 노출이 심한 스커트로 이름이 높은 알레산드르 델라쿠아 같은 디자이너들도 짧은치마를 잘 내놓지 않는다. 대신 패션계에서는 요즘 무릎 길이, 또는 무릎 바로 아래 길이의 스커트가 자리를 굳히고 있다.

뉴욕에서 부티크를 경영하고 있는 제프리 칼린스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무릎 길이의 스커트 길이를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무릎 길이의 스커트를 권하면서 거의 싸움을 벌이다시피 해야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스커트 길이를 줄여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이 딱 끊어져버렸다.

칼린스키의 가게보다는 조금 덜 세련된 옷을 판매하는 앙리 벤델의 에드 버스텔 역시 지난해부터 짧은 스커트의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짧은 스커트가 “헤픈 여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서 “여성들은 다른 방법으로도 자신의 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경제 호황기에 올라가고, 경제 침체기에 내려간다는 이론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짧은 스커트가 퇴조하는 현상은 이 이론보다는 버스텔의 해석과 더 잘 들어맞는다.

예를 들어, 잡지 ‘어스 위클리’의 사진부장인 캐시 맥카버 루트는 자신이 너무 노출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에 지난해부터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섀넌 루코스키(26) 역시 최근 짧은 스커트를 입고 저녁에 전(前) 직장동료와 함께 바에 들렀다가 그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짧은 스커트를 입지 않기로 했다.

또한 얼마 전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20대와 30대의 전문직 여성 10명은 자신들 중에 짧은 스커트를 입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들이 한때 서슴없이 입었던 짧은 스커트를 ‘부적절하다’ ‘매춘부 같다’는 말로 표현했다.

또 다른 전문직 여성인 케리 번스타인(27)도 최근 구세군에 기증할 옷을 싸면서 2년 전만 해도 사무실에 출근할 때 입었던 허벅지 중간 길이의 스커트가 모두 기증할 옷 속에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사무실을 나서면서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을 훑어보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싫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주로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해온 제프리 컬랜드는 미국인들이 성희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즉 클레런스 토머스와 애니타 힐의 청문회 이후부터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도발적인 의상을 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맹렬한 여성주의자인 변호사 앨리 맥빌이 몇 년 전에 이런 주장을 들었다면, 강렬하게 반발했을 것이다. 그녀는 지난해에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법정에 나갔다가 법정을 모독했다는 판정을 받은 후 크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맥빌도 자신의 옷차림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올해 주로 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법정에 나타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042500mini-skir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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