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화성/월드컵 16강 그래도 멀다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한국축구가 26일 일본을 1대 0으로 이겼다. 통쾌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금세 착잡해진다. 한국팀은 2년전 프랑스월드컵대표들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대회 준우승 주역들이다. 그만큼 일본은 젊다. 평균 나이도 한국 27세, 일본 24.5세. 그럼에도 일본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내용면에선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젊은 일본선수들은 침착했다. 특히 나카타는 최성용에게 그렇게 밀착마크를 당했는데도 시종 냉정했다. 경기 운영도 매끄러웠다. 이에 반해 한국은 힘은 있었지만 역시 거칠고 단조로웠다. 더구나 김태영은 퇴장까지 당했다. 2년 뒤 월드컵 때 하석주는 34세, 홍명보는 33세. 이에 반해 일본팀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는 27세 안팎. 일본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결국 한국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한국의 월드컵 성적은 본선 5회 진출에 14전4무10패. 단 1승도 없다.

과연 이런 실력으로 2002월드컵 16강은 가능할까. 그동안 모두들 경기장 건축이 제대로 될지 걱정만 했지 우리팀 실력 쌓는 데는 소홀했다. ‘잔디운동장 타령’만 하며 너무 허송세월해버린 감이 있다.

한국축구의 4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03개국 중 43위. 17위부터 42위까지 속한 나라는 꼽아만 봐도 만만한 곳이 하나도 없다. 콜롬비아 파라과이 네덜란드 러시아 칠레 모로코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폴란드 페루 불가리아 우루과이 등. 과연 이들을 제치고 16강에 들어갈 수 있을까.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은 1무2패로 32개 출전국 중 30위. 그 뒤에 일본(31위)이 있다. 그후 2년. 일본은 무섭게 발전해 한국을 뛰어넘었다. 일본은 그동안 나카타 등 대표급 선수들을 끊임없이 밖으로 내보냈다. 한국은 이제서야 밖으로 내보낸다고 난리다. 너무 늦었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세계축구황제’ 베켄바워(54)는 “한국은 2002년에 16강은 물론 8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듣기는 좋다. 그러나 속지 말라. 베켄바워는 2006년 월드컵독일유치단장이다.

공은 둥글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16회 동안 우승해본 나라는 우루과이 이탈리아 서독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프랑스 7개국밖에 없다. 그만큼 예외가 없다. 어쩌다 일어나는 이변은 ‘신의 몫(God’s Share)’일 뿐이다.

프랑스는 94미국월드컵에 나가지도 못했다. 예선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4년 후 우승을 차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프랑스월드컵이 결정된 순간부터 청소년팀을 중점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자케감독은 알제리 아르메니아 뉴칼레도니아 등 가능성 있는 젊은 프랑스계 선수들을 뽑아 수년 동안 집중 조련했다. 프랑스는 경기장 건설 등 대회 운영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세계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대회 우승 후엔 이런 비난은 눈 녹듯 사라졌다.

2002월드컵 16강을 외치는 한국축구.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갈길은 멀고도 멀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건가.

김화성<체육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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