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꼬리없는 토종개 '댕견'을 아시나요?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우리 고유의 명견인 꼬리 없는 개 ‘댕견’을 아십니까.”

진돗개, 풍산개는 알아도 댕견이란 이름은 생소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댕견은 꼬리가 없거나 꼬리뼈만 조금 남아 있는 개로 고려시대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개. 하지만 6·25전쟁 이후 급속히 사라져 현재는 전국에 200여 마리만 남아 있다.

경기 용인시 구성면 동백리에 사는 강진웅(姜鎭雄·37)씨는 이 댕견만 찾아다니며 모아 보호하는 애견가.

원래 개를 무척 좋아했지만 강씨가 댕견을 찾아다니게 된 것은 대학 시절 부친에게서 “예전에 꼬리 없는 개가 있어 용맹하고 사냥도 잘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나서.

수소문 끝에 93년 경기 남양주시에서 댕견을 처음 발견한 강씨는 강아지 한 쌍을 얻어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40마리로 늘어났다.

보통 개의 꼬리뼈가 18∼20마디인데 비해 댕견은 꼬리가 전혀 없는 것과 꼬리뼈가 조금 남아있는 것 등 2종류가 있다. 색깔은 황색과 백색, 재색, 검은색(네눈박이) 등 4가지.

“다 크면 진돗개와 풍산개의 중간 크기인 25㎏ 정도 되는데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날렵해서 싸움에도 능합니다. 또 서로 협력을 잘하고 많이 짖지 않아 수렵용으로도 일품입니다.”

전문훈련을 시켜본 결과 추적과 선별 능력이 뛰어나 맹인안내견이나 군견 경찰견 등을 시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강씨는 자랑했다.

특히 잘 생긴데다 사람을 잘 따르고 평상시에는 다른 동물과 다투는 일이 없을 정도로 순해 널리 보급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강씨는 설명했다.

강씨가 찾아낸 옛 기록에 따르면 댕견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는 ‘동경견(東京犬)’으로, 동국어록(東國語錄)에는 ‘동경구(東京拘)’ 등으로 기록돼 있다. 경주(慶州)를 동경으로 부르던 고려시대에 경주에 이 개가 특히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

그러나 댕견이란 이름은 강씨가 이 개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댕갱이(경상도) 동개(전라도) 동동개(강원도, 경기도) 등으로 불리는 것을 고려해 새롭게 붙였다.

현재 몇몇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댕견의 토속종 여부를 가리기 위한 유전자 검사와 방향 전환시 균형을 잡는 꼬리뼈가 없는데도 어떻게 180도 회전이 가능한지 등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씨는 전했다.

강씨는 “60, 70대 노인들이 ‘어릴 적에는 마을마다 여러 마리씩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6·25전쟁 이후 급속히 사라진 것 같다”며 “진돗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댕견도 더 사라지기 전에 가치를 인정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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