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유있는 SK 9연패… 기본전력 약세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프로야구 신생팀 SK 와이번스의 강병철감독(54). 요즘 그의 휴대전화는 불통이다.

아침마다 기자들 전화받기가 괴로운 모양이라는 게 부인의 해명. 지난달 창단식때 보였던 그의 ‘함박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비룡(飛龍)’을 팀명으로 쓴 SK는 그야말로 ‘청운의 꿈’을 안고 출범했다.

옛 쌍방울 선수단 전체와 각 팀으로부터 2명의 중견선수를 인수한 SK는 올시즌 목표 승률로 4할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24일 현재 SK의 성적은 3승14패. 승률 0.176으로 5경기중 1경기만 이기면 되는 2할에도 못 미친다. 이는 지난해 쌍방울의 0.224는 물론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삼미의 역대 최저승률 0.188보다 못한 성적. 그나마 최근에는 투타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며 9연패의 망신까지 당하고 있는 중이다.

SK의 예상밖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겹친 결과’라고 혹평한다. 선수단의 객관적 전력 약세가 천재라면 신생구단의 운영능력 부족은 인재라는 지적이다.

김태석 권명철 김기덕 성영재 박정현의 5인 선발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신인왕 1순위 후보로 꼽혔던 고졸 마무리 이승호가 시즌초 깜짝 3세이브 뒤 중간계투로도 기용되는 마구잡이 등판으로 갑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린 것은 코칭스태프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신생팀에 한해 외국인선수 3명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함학수코치가 출국한 지 20일이 다 됐는데도 여태껏 똘똘한 용병이 보강되고 있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 그런대로 제몫을 해내고 있는 혼즈는 차치하더라도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은 뮬렌을 다른 용병으로 교체하지 않고 잔류군에 썩혀두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창단 가입금에 포함됐다며 신인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는 구단과 또다시 패배주의에 빠져버린 선수단. 팬들은 ‘제2의 쌍방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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