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외국인투수 파머 해태戰 지각 첫승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올시즌 프로야구는 외국인 투수들의 초반 활약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3명의 외국인 투수중 롯데 기론과 LG 해리거가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며 다승 부문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방어율도 기론이 3.68, 해리거가 3.92로 녹록하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는 중.

여기에 두산의 왼손 투수 마이크 파머(32)가 뒤늦게 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18일 광주 해태전에 선발로 등판한 파머는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고, 안타 1개만 내주는 호투로 3경기만에 한국 무대에서 첫 승을 올린 것. 최고 구속 145㎞의 직구와 낮게 컨트롤되는 체인지업을 섞어 해태 타자들을 농락한 파머의 투구 내용은 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5이닝동안 3점을 주고 물러났던 데뷔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파머 자신은 첫 승을 올린 뒤에도 어딘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첫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공인구는 너무 미끄러워 변화구를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고 투덜댔던 파머는 이날도 “공이 손에 잘 안 잡히기는 마찬가지”라며 “로진 백도 별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파머의 불만에는 이유가 있다. 92년 마이너리그에 첫 발을 디뎠고, 96년에는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도 잠시 머무른 경력이 있는 만큼 파머는 나름대로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관록파. 그런 파머가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주무기가 바로 낙차 큰 커브볼인데, 아직 ‘공 탓에’ 제대로 된 커브를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는 것. 달리 해석하면 새 공에 적응만 된다면 더 나은 투구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파머가 이런 자신감처럼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일단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