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전문가들이 보는 장세전망-투자요령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93포인트 폭락 하루만에 40포인트 가까운 상승. 18일 거래소시장이 반등하자 투자자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전날 하한가에 보유주식을 털어버린 투자자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기도 했다.

이날 주가상승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며 상승추세로 완전히 전환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 코스닥에 대해서는 “한동안 더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아직 불안요인은 많다〓금리인상 및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 등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언제든지 미국 증시 붕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

LG투자증권 황창중투자전략팀장은 “다음달 16일 미국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를 넘으면 또 한번의 폭락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18일 주가상승은 전날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

수익증권 환매부담을 떨쳐버리지 못한 투신권의 매도 등 국내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E*미래에셋증권 박만순 투자전략실장은 “7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기관투자가의 환매자금이 10조원 가량”이라며 “이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하면 당분간 상승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수출부진, 금융권 구조조정, 7월1일로 예정된 채권시가평가제 등도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악재로 꼽혔다.

▽평가의 척도가 없는 코스닥〓이렇다 할 평가잣대가 없는 것이 코스닥시장의 큰 약점.

메리츠증권 윤두영리서치팀장은 “매출액 순이익 등 기존 지표로는 코스닥 첨단기술주의 실적을 100% 반영할 수 없어 미국시장 유사종목에 견주어 적정주가를 산출해 왔지만 미국증시 폭락으로 이마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수긍할 만한 적정 가격을 발견할 수 없어 약세장에서 주가하락폭이 커진다는 설명.

KTB자산운용 장사장은 “평가척도가 없다는 것은 성장주의 최대 약점”이라며 월요일 미국 나스닥시장이 6.6% 가까이 반등했음에도 코스닥이 하락세를 멈추지 못한 원인을 수급악화 외에 평가척도 부재에서 찾았다.

▽상승추세 전환의 계기는〓대우증권 투자전략부 이종우차장은 일본 엔화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차장은 “요동치고 있는 세계 주식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이 결정되겠지만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이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 황팀장은 국내적으로 투신권 환매부담이 잘 해결되고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며 국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폭이 예상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6월부터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증시자금 수급 개선대책, 국제 반도체가격 상승 등 ‘현실적인’ 전기가 마련돼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간은 짧게, 목표수익률은 낮게〓가격 변동폭이 크고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위험관리. 목표를 낮춰 잡고 단타매매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KTB자산운용 장사장, 메리츠증권 윤팀장, 대우증권 이차장 등은 반등할 때마다 보유주식을 현금화하는 전략이 낫다고 충고.

반면 현대증권 바이코리아 조사팀 유남길 부장과 LG투자증권 황팀장, E*미래에셋증권 박실장은 상승장에 대비해 여유자금으로 싼값에 주식을 사놓는 것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바닥’보다는 ‘무릎’에서 주식을 사들인다는 생각으로 상승추세를 확인한 뒤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진·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