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복궁옆 기무사 신축?

  • 입력 2000년 4월 18일 19시 28분


국군기무사령부가 청와대 바로 아래쪽, 경복궁 건너편 현 위치에 4층짜리 새 본부건물을 짓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초 문화예술계에서 “고궁주변이고 화랑이 밀집해 있는 ‘문화의 거리’에 군 시설물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기무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시외곽 이전도 검토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달리 부지가 마땅치 않고, 이전비용도 많이 들어 현부지 공터에 신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무사라는 특수한 위상이 고려되지는 않았는지 되살펴볼 일이다. 순수하게 ‘군의 방첩기능’ 수행만을 놓고 이런 도심의 제자리 신축을 최적(最適)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냉전구조의 퇴조, 군의 정치적 역할 감소, 남북정상이 만나는 대화의 시대에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어떤 긴급 보안정보라도 실시간에 원격 전달이 가능해진 여건까지 감안하면 방첩부대가 도심의, 그것도 내외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고궁(古宮)옆 ‘문화의 거리’를 고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 때부터 청와대에 인접한 위치설정 자체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지근거리’로 인해 사령관이 60만 대군과 그 병력을 지휘하는 군요인들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수시로 직보(直報)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지정학적(地政學的)’으로 청와대와 가깝기 때문에 정보부와 경쟁하는 권력보위기구로 전락하고 결과적으로 방첩기능은 오히려 뒷전이며, ‘정치적 중립’은 허울인 것처럼 비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오늘의 기무사가 과거의 보안사가 아니며 그 위상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앞으로라도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기무사의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무사가 그 본연의 임무인 군의 방첩기능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적지를 찾아 딴 데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당장의 편의보다는 기무사의 미래상까지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보화가 지배하게 될 새 천년, 우리 군의 방첩을 책임질 기무사가 굳이 청와대 턱밑, 문화의 거리에 다시금 위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부지난 얘기는 지금의 기무사 주변 토지가격 등을 고려할 때, 그리고 이전비용이 많이 들기로는 새 건물 이전시 드는 비용도 비슷할 것이므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기무사측은 ‘새 건물은 도시형 건물로 지어 문화의 거리에 어울리게 할 것’이라고 하나 그것도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모양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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