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아날로그맨 위한 프랑스 가정식 정찬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5분


학교 후배가 불쑥 전화를 해 “형, 내 분위기에 딱 맞는 식당을 발견했다”며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한다. 프랑스 유학까지 갔다왔지만 삐삐 휴대전화는 물론 신용카드도 안쓰는 친구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 몇 안되는 아날로그맨이다.

약속장소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라미띠에(L’amitie·프랑스어로 우정이란 뜻)에 도착해보니 간판도 없다. 두 명이 앉는 테이블이 4개 뿐인 소박하고 아담한 식당. 인테리어는 주인이 직접 했다는데 가정집의 응접실이나 식당을 연상케한다. 종업원은 주인까지 4명이며 모두 요리사다. 주문은 주인이 받고 서빙과 요리는 돌아가며 하는 요리사 식당이다.

점심 때 영업을 하면 저녁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저녁 영업만을 고집한다. 손님은 하루에 6∼8명만 받는다.

서너시간 먹는 프랑스 풀코스 정식은 5개 코스로 돼 있지만 약식으로 3가지 코스만 시킨다.

전채는 베이콘의 일종인 ‘라드동’이 들어간 표고버섯수프와 복숭아향의 허브를 써서 버터와 함께 구워낸 가리비를 권한다. 표고버섯은 향이 강해서 수프재료로 잘 안쓰는데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프랑스 음식을 대표하는 포와그라(거위간) 또한 별미.

메인은 적도미구이나 메로구이가 좋다. 빨간 도미는 감자 퓨레와 호박, 메로는 화이트소스 토마토와 함께 나오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메로는 러시아의 심해에서 잡히는 우유빛을 띠는 생선으로 국내에는 10년전 쯤 소개돼 값비싼 은대구 대신 요리 재료로 사용된다.

디저트는 차향이 가미된 크렙이나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신다. 와인은 우리의 입맛에 맛는 딸보나 메독을 권한다.

가격은 하우스와인 한잔을 포함해 1인당 4, 5만원. 예약할 때 예산과 음식 기호를 얘기해주면 주인이 알아서 마련해준다. 메뉴는 석달에 한번씩 바뀌고 메뉴에 없는 음식도 미리 주문하면 된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반까지 영업. 주차는 입구 오른쪽 60m 거리의 주차장을 이용한다.

김재찬<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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