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예고제]사이버 경매세상/신용불량자 퇴출!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49분


'신용없는 사람과는 경매하지 마세요.’

네티즌간의 상호 경쟁을 통해 최고가격 제시자가 낙찰받는 인터넷경매는 흔히 ‘전자상거래의 꽃’이라고 일컬어진다. 그 명성에 걸맞게 국내 인터넷경매 시장이 인터넷인구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만만치 않은 '복병(伏兵)’의 출현으로 인터넷경매 회사들이 고민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컴퓨터화면에 나타난 ‘ID’로만 신분이 확인되는 인터넷경매의 익명성(匿名性)을 일부 네티즌이 악용하기 때문. 정해진 규칙을 지켜지 않고 상대편의 믿음을 저버리는 불량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솎아내기 위해 인터넷경매 업체들은 ‘회원 신용평가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일평균 거래액이 2억원을 넘나드는 국내 최대 인터넷경매회사 옥션(www.auction.co.kr·회원수 85만명)은 5단계의 신용등급제도를 운용중이다. 정상적으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하면 각각 2점과 1점을 부여하고 반대로 정당한 이유없이 판매 또는 구매를 거부하면 각각 3점과 2점을 빼는 식으로 회원들의 점수를 관리하고 있다. 옥션 이여주 대리는 “ID옆에 등급 표시가 같이 따라다녀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과는 믿고 거래하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옥션은 네티즌 스스로가 거래 상대방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개인신용도에 관한 의견을 기록하는 ‘상호 신용평가제’를 이달중 시행할 계획. 거래 상대방의 ID를 입력하면 그동안의 평가기록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와의 거래를 미리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간 중고물품 거래가 전문인 와와컴(www.waawaa.com)은 ‘생활기록부’라는 독특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생활기록부상에 나타난 판매자나 구매자, 입찰참가자들의 행태에 관한 네티즌들의 상호 평가를 분석해 개인별로 +1, 0, -1 등의 점수를 매기고 구매거부를 일삼는 불량거래자는 이용정지 퇴출 등의 ‘채찍’으로 다스리고 있다.

또 지난달 말부터는 대금지급 등의 거래잡음을 줄이기 위해 구매자가 물품대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판매자가 보낸 물품을 구매자가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뒤에야 판매자에게 대금을 전달하는 ‘와와세이프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같은 안전장치가 익명성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막아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번호 자동생성기’를 이용해 복수의 ID를 가질 수 있고 수많은 네티즌을 일일이 감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야후코리아 역시 웹사이트에 명시된 경매 서비스약관을 통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거래를 할 때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거래 상대방을 평가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마련돼 있으나 완벽한 대비책은 아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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