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1600만명 굶어 죽어요" 통곡의 검은 대륙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아프리카인들이 기아로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급기야 유엔이 발벗고 나섰다.‘아프리카 기근(饑饉)특사’로 11일 에티오피아 등 5개국 실태파악에 나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캐서린 버티니 사무총장은 “가뭄을 겪고 있는 동부아프리카는 이미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개탄했다.‘아프리카의 뿔’ 지대인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케냐에서 현재 아사(餓死) 직전에 있는 사람은 1600만명. 일부에선 100만명이 굶어죽은 84∼85년 기근때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가뭄―질병 대재앙

“밀죽이라도 더 먹였더라면….”

먹지 못해 배만 불쑥 나오고 빼빼 말라 숨진 아들 미르(4)의 시신에 달라붙는 파리를 연방 손으로 쫓아내는 사피아는 이미 눈물조차 말라붙었다. 한달 새 딸 파도마(12)와 아들 모하메드(1)도 잃은 탓이다. 두달 전 먹을 게 없어 고향을 버리고 난민촌 ‘다난’을 찾을 때만 해도 가족은 자녀 5명과 남편 하산 등 7명. 이제 남은 사람은 4명뿐이다. 남은 두 자녀도 시름시름 앓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지는 최근 기근이 극심한 에티오피아 남부지역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이 지역에는 수천명이 하루에 한번 나오는 구호 밀죽으로 겨우 허기만 면하고 있다. 이나마 얻어먹지 못한 사람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메마른 들녘을 헤매며 연명할 풀뿌리를 찾아야 한다. 얼마 전부터 허약한 어린이와 노인 가운데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 의사는 “영양실조의 어린이들이 설사 이질 홍역 폐렴 등에 걸리면서 하루 12명꼴로 숨을 거둔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12일 에티오피아 동남쪽 오가덴 지역에서만 지난 한달 새 5세 미만의 어린이가 200명 이상 숨졌다고 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800만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몇주 내 구호식량이 전달되지 않으면 심각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WFP 에티오피아 지부의 주디스 루이스는 “우기인 4월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기근피해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식량이 바닥나는 6월말까지 구호식량이 도착하지 않으면 참혹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기근은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케냐 수단 탄자니아 우간다 지부티 등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유엔 등 구호기관들은 에티오피아에만 긴급식량을 포함해 연말까지 100만t의 구호식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구호식량을 모으는 일도 문제지만 곳곳에 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우선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에 98년 시작된 영토분쟁으로 구호활동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지 않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전투를 피해 지부티 코스를 이용하고 있으나 길이 좁은데다 반군의 약탈로 식량전달에 애를 먹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지원에 미온적인 것도 문제. 영국구호기관 옥스팸(Oxfam)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약속한 구호식량의 절반만 지원하더니 올해는 미국의 48만t보다 훨씬 적은 5만t만을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비난했다.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7일 로마 FAO본부에서 아프리카특별위원회(위원장 자크 디우프 FAO사무총장)를 긴급 발족시키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간절히 호소했다.

한 구호관계자는 “아프리카의 기근은 이제 인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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