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그린에 '갈색태양' 뜨다…비제이 싱 두번째 제패

  • 입력 2000년 4월 10일 20시 16분


'승리를 부르는 이름'

'비제이' 는 힌두어로 승리(victory) 라는 뜻. 인도에서 태어나 피지에서 자란 흑진주 비제이 싱(37).

마지막 18번홀에서 5.5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킨 싱은 우승을 자축하듯 홀컵에서 꺼낸 공에 입을 맞췄다. 나흘간의 험난한 여정을 마친 뒤 아들 콰스(9), 아내 아데나와 차례로 포옹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온화한 가장의 미소가 흘러나왔다.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내셔널GC(파72·6985야드)에서 열린 2000마스터스골프 4라운드.

전날 3타차 단독 선두에 나선 싱은 이날 2위 듀발이 2번홀서 버디를 낚는 사이 3번홀서 보기를 저질러 1타차로 바짝 쫓겼다. 이후 싱과 듀발은 6,8,9번홀서 사이좋게 버디를 낚으며 장군멍군 을 불렀고 우승의 향방은 자욱한 안개 속에 묻혔다. 싱은 11번홀(파4)과 12번홀(파3)에서 세컨드샷이 각각 워터해저드와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보기와 파로 막아 힘겹게 1위 자리를 지켰고 듀발 역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팽팽하던 이들의 승부는 '아멘 코너' 의 마지막 홀인 13번홀(파5·485야드)에서 깨졌다. 먼저 싱이 날린 세컨드샷은 홀컵에서 4.5m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반면 싱의 2온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페어웨이에서 2∼3분간 머뭇거린 듀발이 5번 아이언으로 날린 두번째 샷은 그린 주변을 흐르는 래즈 크릭 이라는 개울에 빠졌다. 어이없는 실수에 고개를 떨군 듀발은 4온2퍼트로 보기를 추가했고 싱은 이글 퍼팅은 놓쳤지만 기분좋게 버디를 낚았다. 싱이 듀발에 3타차로 앞서며 우승을 예감한 순간이었다.

결국 싱은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막판 뒷심을 발휘한 2위 어니 엘스(남아공)를 3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그린 재킷 을 입었다.

마스터스 도전 7번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싱은 우승상금 82만8000달러를 챙겼다. 또 지난 98년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생애 두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통산 PGA투어 9승.

2라운드에서 1위로 도약하며 메이저 무관 탈출을 노린 듀발은 또다시 불운을 곱씹으며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 로렌 로버츠(미국)와 공동 3위에 그쳤다.

이밖에 타이거 우즈(미국)는 1,2라운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채 합계 4언더파 282타로 단독 5위에 머물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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