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집안공간 활용/주부도 '나만의 공간' 갖고 싶다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이게 다 내 공간? 아니야.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

남편과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뒤 텅 빈 집안에서도 사실 자신만을 위한 공간은 아무데도 없다고 생각하는 주부들.

작년말 서울 광진구 광장동으로 이사온 홍한숙씨(45)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식탁 옆에 테이블을 하나 더 놓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식탁으로 옮겨앉아 얘기를 나누지만 혼자 있을 땐 널찍한 식탁은 놔두고 테이블에 앉는다. 뭔가 끄적이기도 좋고, 그냥 창밖을 보기도 좋다.

얼마전 취업한 김혜선씨(39·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건넌방을 5, 11살짜리 딸애들의 컴퓨터방으로 내어준 뒤 무엇인가 잃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퇴근 후 그냥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침실로 가는데 마땅히 자신의 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 취업 전엔 건넌방에서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 글도 쓰는 곳으로 활용했었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해선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디자인하우스가 지난해 11월 300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부의 작업공간’조사에서도 5명 중 4명 이상(83.2%)이 작업공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40대 보다는 20∼30대 주부들이 작업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했으며 이 공간에 놓고 싶은 품목은 책상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는 절반정도(53.7%)가 작업공간이 있다는 대답이었다. 부엌이 대부분이었고 다음이 침실(안방) 거실 서재 작은방 자녀방 베란다 순이었다. 조사를 담당한 마케팅부 김은아씨는 “공간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부엌은 가족들의 ‘간섭’이나 ‘반발’이 적은 곳이어서 이곳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명희씨(참공간 대표)는 “부엌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공간에는 작고 못생긴 죽어있는 공간이 의외로 많다”며 “파티션(칸막이) 등을 이용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침실의 붙박이장에 책상을 짜 넣는 방법 △화장실 두 곳 중 한 곳이나 베란다에 마루를 깔아 활용하는 방법 △거실 3인용 소파 옆 ‘애매한 공간’에 테이블을 놓는 방법 △아이들 책상 사이에 작은 책상 하나 더 놓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운동권에서 나우누리 영업부장이 된 서진석씨(35)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나는 비록 내집을 가질수 있었지만 오히려 나만의 공간은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결국 ‘나만의 공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느끼고 자신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그는 15일 펴내는 ‘나에겐 가족이 있다’(한울림)란 책에서 계속해서 말한다.

‘인디언 체로키족들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숲속 어느 곳에 이러한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그 곳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영혼의 마음이 작아지지 않도록 이치를 깨달아간다.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공간인 셈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