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잡은 이승호… 데뷔전서 깜짝 세이브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44분


프로데뷔 첫 등판에서 첫 타자로 홈런왕 이승엽을 상대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투수라도 주눅이 들 게 뻔한 상황.

SK 고졸 신인 이승호(19·사진)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5일 삼성과의 개막전 8회 1사 1, 2루의 위기에서 마무리로 등판한 루키 이승호는 초긴장 상태에서 대담하게 ‘자기 공’을 뿌렸다.

140㎞대의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자 오히려 놀란 것은 이승엽쪽. 2-3 풀카운트에서 직구를 기다리던 이승엽은 6구째 커브에 속아 힘없는 1루 땅볼로 맥없이 물러났다.

4번 프랑코에게 안타 1개를 맞긴 했지만 이승호는 이날 삼진 2개를 잡아내는 등 1과3분의 2이닝을 잘 막아 데뷔 첫 등판에서, 그것도 막강 타선 삼성을 상대로 세이브를 따내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강병철감독은 “어차피 팀에서 키워야 하는 선수라 눈 딱 감고 내보냈다. 사실 반신반의했었는데 생각외로 배짱이 두둑했다. 본인이 첫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기뻐했다.

계약금 1억6000만원, 연봉 2000만원에 입단한 1차지명 선수 이승호는 지난해 고교 투수랭킹 1, 2위를 다퉜던 유망주. 왼손이라는 강점이 있는데다 최고 시속 148㎞의 강속구를 지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지난해 황금사자기고교야구에선 4경기에서 완투하는 등 5경기 전게임에 등판, 혼자 군산상고의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주무기는 직구외에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

강병철감독은 팀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이승호를 진작에 마무리감으로 점찍어 놨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살짜리 루키가 마무리의 중책을 맡는 것은 프로야구에서 이례적인 일.

첫 단추를 잘 꿴 ‘겁 없는 10대’ 이승호는 “신인왕도 자신있다”며 패기만만함을 보이고 있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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