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포커스]충무로 '합종연횡' 봄바람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국내 영화계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외국자본과 벤처자본 등 각종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영화제작사나 투자배급사들의 이합집산이 잦아지는 등 요즘 충무로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90년대 중반 시네마서비스 삼성 대우의 3강 체제는 세기가 바뀌면서 이합집산을 거쳐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의 ‘신 3강’ 체제로 재편될 조짐이다. 한국 영화의 흥행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 국제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충무로에 유입되는 돈의 ‘색깔’도 대기업 자본→금융자본→벤처자본으로 차츰 달라지고 있다.

▼외국-벤처자본 투자봇물▼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시네마서비스의 움직임. 시네마서비스는 7일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투자전문회사 워버그 핀커스와 투자 조인식을 갖는다. 핀커스의 투자액은 한국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2000만 달러(약240억원)로 시네마서비스 지분의 35%선에 이를 전망이다. 핀커스는 또 한국지사를 설립해 자사 사업을 관리하는 한편,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서비스는 4일 ‘모래시계’를 연출한 김종학프로덕션에 대한 투자도 발표했다. 투자액은 최소 150억원. 이로써 시네마서비스는 서울극장의 배급에 ‘씨앤필름’ ‘좋은 영화’ 등 계열 영화사들의 영화제작과 TV 프로그램 제작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컨덴츠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영화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제일제당의 CJ엔터테인먼트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강복본부장은 “4월말이나 5월초 영화와 극장 사업 부문이 제일제당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영상전문 벤처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년 6,7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와 배급, 제일제당이 출자한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로부터의 안정적인 ‘외화 파이프라인’, 2001년까지 전국 100여개관에 이르게 될 극장 체인망 등으로 CJ가 충무로의 한 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싸이더스등 新3강 재편▼

지난달 22일 합병으로 탄생한 싸이더스의 파괴력도 관심거리. 통신기술개발 벤처기업인 로커스와 영화사 우노필름, 매니지먼트사 EBM의 결합으로 영화는 물론, 방송 인터넷 음반 등 다양한 매체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등 연예인 매니지먼트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나섰다.

3강 체제라고는 하지만 이들 3개사는 경쟁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115억원 규모의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에는 시네마서비스와 우노필름이 공동 출자자이며, CJ도 ‘킬리만자로’ 등 우노필름의 영화에 투자하고 있다.

▼강제규필름 '캐스팅보트'▼

3강 체제에서 ‘캐스팅 보트’는 KTB가 이미 57억5000만원을 투자한 영화 ‘쉬리’의 ‘강제규필름’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강제규필름’은 배급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 3강과 어떤 식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충무로의 판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평론가인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영화 몇 편의 성공으로 영화산업 자체가 과대포장된 면이 없지 않다”면서 “충무로에 돈이 넘치고 사업 영역이 다각화되고 있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영화의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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