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性호르몬 테스토스테론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관련해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보다 더 자극적인 주제는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차이를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10배 내지 20배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학물질이 체격, 행동, 기분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기접종땐 기운솟고 식욕 좋아져▼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남녀의 차이는 역사와 문화에 의해 굴절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녀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생물학적 특징들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의학적인 이유로 인해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연구가 더욱 많이 이루어짐에 따라 생물학적 특징들이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지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나 역시 의학적인 이유로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고 있다. 나는 2년 전에 HIV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한동안 지독한 피로와 체중감소를 경험한 후에 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내 몸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정상보다 훨씬 더 적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HIV에 감염된 지 오래 된 남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인공적으로 합성된 테스토스테론을 정기적으로 주사하기 시작하면서, 내 몸무게는 9kg이 늘었고 식욕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예전에는 낮에 두 시간씩 낮잠을 자야했지만 지금은 낮잠을 자지 않아도 매일 운동을 하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기운이 있다. 한때 정기적으로 나를 엄습했던 우울증도 이제는 먼 옛날의 기억일 뿐이다. 이것이 테스토스테론의 장기적인 효과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단기적인 효과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테스토스테론을 2주일마다 한 번씩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이 호르몬의 단기적인 효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하고 나서 몇 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동안 나는 몸 속에서 에너지가 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나는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이성을 잃기도 하고, 차를 운전하다가 다른 운전자와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든다면, 지난해 말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하고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이웃 사람을 향해 도저히 이 지면에 쓸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금방이라도 그를 한 대 때릴 듯한 기세였다. 내 기세를 보고 그가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겨우 30분 후에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거리에서 주먹다짐을 벌일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 나는 앞으로는 한밤중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주사를 맞고서 2∼3일이 지나면 글 쓰는 작업에 집중하기가 좀 더 어려워지고 충동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며칠이 더 지나서 테스토스테론의 효과가 최고조에 달하면 나는 수다스러워진다. 이 때의 에너지는 욕망 쪽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이보다 며칠이 더 지나고 나서야 나는 이 시기에 내가 몇 시간 동안 바에 앉아서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데이트 상대를 모조리 점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자들은 임신 6주의 태아일 때와 사춘기 때 테스토스테론의 강한 영향을 받는다. 모든 수정란은 처음에 여성의 모습으로 발달한다. 테스토스테론이 태아의 뇌와 몸에 영향을 미쳐 남성적인 성격과 성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Y염색체를 지닌 태아는 결코 남자아이로 변신하지 못한다. 창세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남자의 갈비뼈를 이용해서 여자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이브의 갈비뼈 덕분에 여자의 몸이 남자로 변하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 자신감, 승부욕, 신체적인 힘, 성적인 충동 등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전형적인 ‘남성적’ 행동은 염색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적인 것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상황따라 해롭게 작용할수도▼

물론 여성주의자들은 원래부터 남녀간의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신체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남녀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사실상 남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해와 다름없다. 또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고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에게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편이 좋겠지만, 교사에게는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주요 임무는 남녀 평등에 대한 정치적 주장을 위해 테스토스테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 호르몬을 건설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필자: 앤드루 설리번(뉴욕타임스 기고가)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402mag-testostero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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