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SK 존스-현대 홀 "얄궂은 운명"

  • 입력 2000년 4월 3일 19시 22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게 마련.’

프로농구 외국인 센터 재키 존스(33·SK)와 로렌조 홀(27·현대)이 바로 그렇다.

둘은 99∼2000시즌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8월 전격 맞트레이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빨랫줄같은 아웃렛 패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존스는 98∼99시즌 현대를 챔피언으로 이끈 주역. 하지만 ‘30줄’에 들어선 나이 탓에 체력이 달렸고 결국 현대로부터 ‘팽’당했다.

반면 SK는 외곽슛 능력까지 갖춘 존스에게 ‘러브콜’을 보낸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SK는 서장훈 현주엽 등 용병 못지 않은 토종 포스트맨을 보유하고 있어 그가 절대 필요했다. 당시 홀은 명문구단 현대로의 이적을 반겼고 존스는 쫓겨났다는 설움에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얽히고설킨 존스와 홀은 정규리그에서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1회전’에서는 현대를 정규리그 1위로 견인한 홀의 판정승.

기분이 상한 존스는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설욕을 별렀다. 힘을 내기 위해 한국에 와 즐겨 먹던 건강식품을 평소보다 몇 숟갈씩 더 입안에 털어 넣을 정도. 존스의 오기가 위력을 발휘했던지 SK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4승2패로 짜릿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그 기쁨의 한가운데에는 처음으로 두 팀에 걸쳐 챔피언 반지를 끼게된 용병 존스가 있었다.

최고 센터라는 우쭐함에 젖어 있던 홀은 존스의 환호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고개를 떨궜다.

이제 존스와 홀은 또 다른 승부를 남겨 두고 있다. 둘 중에 누가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세기가 부족한 홀은 퇴출이 유력하며 존스도 구단으로부터 아직 구체적인 언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의 운명은 또 어떤 모습으로 엇갈리게 될까.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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