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용호/'구제역 파동' 피해 줄이려면…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젖소의 구제역 이란 질병에 대해 축산농가는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1997년 3월 대만의 돼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질병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양돈업이 주된 축산업이던 대만에 직간접으로 약 42조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손실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후 지금까지도 일본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서 대만의 돈육을 원칙적으로 수입하지 않고 있으며 대만의 양돈업이 다시 재생하는데 걸리는 시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듯 위험한 질병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과거 사람의 전염병인 콜레라 질병과 마찬가지로 서둘러 방역대를 설정하고 동물 차량 및 사람의 통행을 차단하는 등 발빠른 대책을 세우고 있다.

비록 구제역이란 질병이 동물에서는 전염성이 강한 1종 법정전염병이라도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며 설사 감염된 축산물을 잘못 섭취하더라도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반면 이를 제대로 이끄는 정확한 교육이나 홍보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해 소비자의 혼동을 자주 불러일으킨다. 이로 인해 축산업이나 관련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 사회 전체의 소비위축을 가져오는 잘못을 여러번 반복했다. 정부 방역당국은 비록 사람이 아닌 동물의 질병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내용과 솔직한 현황을 국민들에게 밝혀 함께 대처하고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와는 다르게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물론 중요한 전염병의 최종 확인을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공인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결과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제 첨단 연구실력으로 무장돼가고 있다. 특히 국내 최고 수의과학 연구기관이며 구제역에 대한 시설확보와 연구를 1993년부터 시작한 국립수의과학연구소라면 수포성질병의 증상이 확인된 감염젖소로부터 유전자 감식에의한 구제역여부와 혈청형의 단서를 100% 확실성은 아니더라도 구제역의 진위를 충분히 밝힐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복합이아닌 국내 바이러스 타이프에 따른 백신 선발 및 제조계획 등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세울수 있는 것이다.

대만 방역당국에서도 우선 대만 연구진에 의한 결과를 확인해 이를 바탕으로 긴급 방역에 나섰다. 또 하나는 백신사용에 대한 결정이다. 일본에서는 임상증상이 아닌 젖소의 혈액의 항체여부로 구제역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백신접종 없이 구제역 방역에 나선 반면, 우리는 확인이 안된 의사구제역 (수포성 질병으로만 발표함) 에 대해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백신사용의 결정은 궁극적으로 볼 때 그 질병의 근절을 포기한 것으로 구제역 발생과 함께 축산물 수출입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언론은 이러한 축산 동물에만 발생하는 질병이나 또는 동물에서 유래되어 인체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을 보도할 때는 전문가의 검증을 통한 충분한 확인과 인체유해 유무를 정확히 선별해 일반 국민의 혼동을 막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축산물 소비와 직결돼 있는 사항은 특히 소비자 홍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이나 관련 책자를 통한 소비자 관련 홍보와 교육시스템을 정부수의과학 및 보건당국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해 어떠한 주요 사항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국내 관련산업 보호 는 물론 국제무역에도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영국의 광우병, 네덜란드의 돼지콜레라, 대만의 구제역 등 동물 질병이 관련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의 산업구조로 돌리기에는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파주에서 발생한 의사구제역이 다른 동물이나 지역으로 전염되지 않아 매우 다행스럽다. 하지만 구제역과 같이 일단 발생한 바이러스 질병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절대로 경각심을 늦추어서는 안된다. 폐사축소각 매몰에 따른 오염을 차단하고 이에따른 환경오염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용호(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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