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올 봄 인상파작품 '경매 大戰'

  • 입력 2000년 3월 31일 11시 26분


연방정부가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장의 시장 독점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1월말에 터져 나왔을 때 두 경매회사는 작품을 내놓을 사람들에게 5월에 뉴욕에서 벌어질 경매에 소중한 작품을 내놓아도 된다고 설득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조사소식이 두 경매장의 작품 경매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소더비 경매장 뉴욕 사무소의 인상파 및 현대 미술부 부장인 데이비드 노먼은 “연방정부의 조사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오기는 했다”면서 “작품을 내놓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조사는 두 경매회사의 가격담합 혐의를 집중적으로 다뤘으며, 이 조사로 인해 소더비의 다이애나 브룩스 사장과 크리스티의 크리스토퍼 데이비지 사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경매에 출품될 인상파 및 현대미술 작품들의 카탈로그가 인쇄되려고 하는 지금, 전문가들은 올 봄에 벌어질 중요한 경매들이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올 봄에 인상파 작품 부문에서만 각각 1억 달러 상당의 회화, 데생, 조각 작품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사실 이번 시즌에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사가 아니라 206년의 역사를 가진 필립스 경매회사가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침범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나드 아르노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필립스는 작품 출품자들에게 경매의 결과와 상관없이 엄청난 대가를 약속했다. 덕분에 필립스는 사상 처음으로 5월 11일에 열릴 경매에 8000만 달러 상당의 인상파 작품과 현대 미술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3社 경매총액 2억8천만달러▼

그러나 경매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사람들은 1980년대 말에 제네바에 본사를 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경매회사였던 합스부르크 펠트만이 맨해튼에 경매사무실을 열었을 때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시장의 경기가 좋았을 때는 합스부르크 펠트만의 사업도 번창했지만, 1990년에 경제가 곤두박질치자마자 이 회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아르노가 풍부한 자금을 갖고 있어서 합스부르크 펠트만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필립스가 작품 출품자들에게 약속한 대가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보조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필립스의 이 같은 전략이 빚어낼 결과를 두 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첫째는 필립스의 경매가 잘 풀려나가는 경우, 좋은 작품이 시장에 드물기 때문에 작품 출품자들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작품 추정가를 요구해서 작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지는 것이다. 둘째는 작품 구매자들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만큼 견식이 높아서 경매에 출품된 작품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필립스가 작품의 진정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대가를 출품자에게 지불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립스의 전략은 끔찍한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시즌에 필립스가 경매에 출품할 작품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구도’이다. 금욕적인 추상화인 이 작품은 현대미술관에 걸려 있었으나, 말레비치의 상속인 31명이 지난해에 이 작품을 미술관으로부터 돌려 받아서 필립스의 경매에 넘긴 것이다. 필립스는 이 작품의 출품 대가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다른 경매회사의 전문가들은 필립스가 말레비치의 상속인들에게 1500만 달러를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크리스티가 이번 시즌에 내놓을 작품 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피카소가 1932년에 그린 ‘튤립이 있는 정물화’이다. 크리스티는 5월 9일에 경매에 출품될 이 작품이 2500만∼30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리스티에서 19세기 및 20세기 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프랭크 지로는 이번 시즌에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 중에서 상당한 수준작들을 모을 수 있었지만, 20세기의 예술작품을 찾는 것이 예년에 비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크리스티가 5월 8일에 개최할 인상파 및 후기 인상파 작품 경매에는 유명한 작품들이 여러 점 출품될 예정인데, 고갱이 1890년에 그린 ‘르 풀뒤의 농장’, 르누아르가 1894년에 그린 화가 베르테 모리소의 초상화, 모네의 유명한 ‘수련’ 시리즈 중 1906년에 완성된 작품 등이 여기 포함되어 있다. 이 중 고갱의 작품은 700만∼900만 달러, 르누아르와 모네의 작품은 900만∼12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더비도 이번 시즌에 역시 모네의 ‘수련’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크리스티가 내놓을 작품보다 2년 늦게 완성되었기 때문에 700만∼9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더비는 이밖에 모네가 1892∼94년에 루앙 성당을 그린 그림, 피카소의 정물화인 ‘기타와 과일 그릇’ 등을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5월 17일에 열릴 현대미술 경매에는 로스코, 워홀, 드 쿠닝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로스코가 1956년에 그린 ‘자주색 위의 노란색’은 놀라운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어 700만∼9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더비의 현대미술 부장인 토비아스 메이어는 “구매자들은 좋은 작품에 굶주려 있지만 경제호황 속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작품을 파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면서 “이번에 작품을 내놓은 사람들은 지금 시장이 한창 뜨겁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arts/032700auction-p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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