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꼴찌의 항변]“정말 1등만 대접하깁니까”

  • 입력 2000년 3월 19일 20시 45분


“꼴찌에게는 초코파이조차 없다”
“꼴찌에게는 초코파이조차 없다”
동아마라톤 꼴찌를 아십니까

5시간1초. 풀코스 2181등. 공식 꼴찌. 그의 동아마라톤 성적표다. 슬프다.

“짝짝짝”“와~”환호소리. 주위를 둘러봤다. 으악~ 그를 위한 환호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곳은 마스터스 시상식장. '에이 빌어먹을! 그럼 그렇지. 꼴지를 위해 박수칠리가….'

최원석씨(29·대학원생). PC통신 나우누리 마라톤 동호회 회원. 그는 망아지처럼 뛰는게 좋아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풀코스 도전은 이번 대회가 처음.

애초 그의 목표는 4시간30분. 그러나 그의 목표엔 턱없이 모자랐다. 끝까지 뛰었다.

“제가 꼴찌라구요? 천만에요. 전 1등이라구요. 마라톤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아닙니까. 자신과의 싸움을 꼭 등수로 매길 수 있나요. ”

그러나 시민들의 축제라는 동아마라톤에서 조차 뒤쳐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어 서운했단다.

“아 글쎄, 꼴찌에게는 초코파이조차 없더라구요. 먼저 간 사람들이 다 먹어 치웠어요. 전 구경도 못했어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42.195km 완주를 마친 그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동아마라톤이 초코파이같은 달콤한 1등만을 위한 대회같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철인3종경기를 즐긴다. 그는 다시 이를 악문다. 1등이 아닌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그래서 내년 동아마라톤에선 꼭 자신의 목표를 깨뜨릴 계획이다.

골인지점에선 마스터스부문 시상식으로 시끄럽다. 그는 뒤돌아서 운동화 끈을 쓸쓸히 푼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개인별 기록측정기인 ‘챔피언칩’을 반납하기 위해. 그의 챔피언칩 반납은 1등만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1등 지상주의를 반납하는 것 같았다.

김진호〈동아닷컴 기자〉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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