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곽영숙/대화로 닫힌마음 열어야

  • 입력 2000년 3월 19일 20시 00분


청소년 자녀에게 “말붙이기가 힘들다” “물어도 말을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는 부모를 많이 만난다. 청소년들은 그들대로 “부모님과는 말이 안통한다.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청소년 자녀와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도 있다. 실제로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다가 일방적인 설교로 끝내버리기도 한다.

청소년은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어한다. 즉 동등하게 대해주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존중되기를 원한다. 합리적 근거가 없는데도 어른의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들이 일단 순응하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속이 상하고 화가 나게 된다. 부모를 존중하면 당연히 부모의 권위를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해 권위를 세우거나 지시를 하게 된다. 존경심은 조르거나 강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

청소년 문제 전문기관에서 부모와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청소년과의 의사소통 증진이다. 의사소통이 돼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태도나 몸짓 표정 역시 중요한 의사소통을 이룬다. 상대방의 자세에서 마음의 벽이 느껴질 때는 대화는 해도 의미 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 간의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십계명’을 소개해보겠다.

①긴 설교나 훈계 대신 10단어 이내의 짧은 말을 이용한다.

②“넌 왜 항상 그 모양이냐”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하니” 등 부정적인 말 대신 “…때 나는 …하게 느낀다” 식으로 느낌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③“좀더 노력해라” “알하서 해” “맘에 안 든다” 등 모호한 표현 대신 “언니 괴롭히는 것 그만해라” 식으로 특정 행동을 직접 지칭해 말한다.

④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측하지 않고 실제 그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

⑤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침묵하고, 팔짱을 끼는 등의 행동을 하는 대신 눈맞춤을 하며 적극적으로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⑥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⑦말과 행동을 일치시킨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화난 표정을 지어서는 안되고 미소를 짓는다.

⑧“넌 쓸모 없는 놈이야” “너 때문에 골치야” 등 쌀쌀하거나 위협적인 말투 대신 “난 네 성적이 걱정이다” “그게 좀 마음에 걸리는구나” “같이 이야기 해볼까?” 등 건설적인 방식으로 얘기한다.

⑨고함을 지르고 소리치는 대신 중립적이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⑩지나간 일을 들추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 초점을 맞춘다.

부모들이 이런 노력을 해나간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대화의 꽃이 필 것이다.

곽영숙(제주의대 교수·정신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