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전력약세 평가 SBS-삼성 PO1차전 승리

  • 입력 2000년 3월 10일 19시 21분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회전. ‘뚜껑’을 열고 보니 경기 종료버저가 울리기 전까진 승패를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펼쳐지고 있다.

1차전을 나란히 마친 SBS 스타즈-삼보 엑써스, 삼성 썬더스-기아 엔터프라이즈전의 특징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 뒤졌던 팀들이 경기 막판 기적같은 승리를 일궈냈다는 것.

‘약세’가 ‘강적’을 누를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정신력이었다.

9일 삼성-기아전이 벌어진 수원실내체육관. 경기 시작 직전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기아선수들이 삼성을 쉽게 생각한다’는 말에 삼성 김동광감독은 “그럼 우리가 이겼다”며 “기아가 그러다가 혼나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삼성은 4쿼터 중반까지도 7, 8점 뒤져 패색이 짙었다.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부른 김감독은 “도대체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져도 돼.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 있고 오늘 아니고도 경기는 많이 남아 있어. 평소대로 해봐”라고 위축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것이 통했을까. 3쿼터까지 6득점에 묶여 있던 문경은은 4쿼터 3분경 6m25의 3점라인보다 서너 걸음 뒤에서 첫 3점슛을 성공시키더니 종료 33초전 천금같은 3점슛을 똑같은 자리에서 성공시켜 승리를 낚아챘다. 경기내내 문경은을 묶었던 김영만이 방심하고 막판 두 번이나 수비 허점을 드러낸 것.

반면 여유를 부리던 기아는 막판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 1점차로 쫓기는 중요한 시기에 어이없이 8초룰에 걸려 공격권을 내줬다. 와센버그가 파울트러블에 걸린 사실도 벤치에서 잊고 있다가 막판 5반칙 퇴장당하기도 했다.

8일 SBS-삼보전도 양상은 마찬가지였다. 105-106으로 1점 뒤진 경기 종료 16초전 공격권을 가진 삼보. 골밑 돌파를 시도했으면 적어도 자유투를 얻어내 동점이나 역전이 가능한 상태.

그러나 상식과 달리 삼보는 허재가 14초를 드리블로 끌다가 양경민이 2초를 남기고 다급히 3점슛을 쏘아올리며 허둥댔다.

또 다른 문제는 신인들의 투지. 주희정이 부진한 삼성은 루키 강혁이 몸을 날리며 선배의 부진을 너끈히 메워줬다. SBS도 신인왕 김성철과 2년차 윤영필의 활약이 팀의 활력소로 작용했다. 반면 기아와 삼보의 신인들은 오히려 무기력했다.

나란히 1차전 패배 뒤에 플레잉코치 김유택과 허재 주재로 팀미팅을 갖고 ‘정신차리기’로 다짐한 기아와 삼보.

이들이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모두 4강전에 진출한 ‘플레이오프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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