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선거와 경제

선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얼마전 이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지난 80년 이후 우리나라 대선과 총선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 환율 금리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선거후 크게 악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환율과 금리는 선거 3개월 전에 비해 평균 8.4%와 10%가 올랐으며 선거가 끝난 3개월 후까지도 그 영향은 계속됐다. 소비자물가 역시 선거가 치러진 달과 3개월 후 각각 1.9%와 4.4%가 상승했다.

▷물론 일본과 미국도 선거로 인해 경제가 단기충격을 받기는 하지만 그 영향은 한국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환율과 금리는 선거 3개월 전에 비해 평균 0.6%와 0.9%가 떨어졌으며 소비자물가는 선거후 3개월이 지나서야 0.8%가 올랐을 뿐이다. 미국도 선거후 금리는 오히려 2.4% 하락했으며 물가만 평균 1.7%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가 유독 선거충격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말할 것도 없이 ‘돈 선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선거가 그랬듯 이번 16대 총선 역시 ‘돈 선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 같은 조짐은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제1당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여당과 이번 총선을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생각하는 야당, 그리고 그 틈새를 노리는 또 다른 야당들의 각축이 불법 타락선거를 부추기고 이는 필경 ‘돈 선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이번 총선때 최소한 1조5000억원 정도의 선거자금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만으로도 경제의 교란요인이 될 것임에 틀림없지만 여기에 경제운용목표와 상충되는 각종 선심성 정책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대외경제환경도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라는 외생변수는 향후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총선 때문에 지난 2년동안 애써 다져놓은 경제안정기반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명실상부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정치권의 외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거시경제정책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