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도발적 목소리 '페이지'…대형 '디바' 탄생 예고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여가수들의 돌풍 속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디바’ 형 대형 신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풍(女風)’의 주력이었던 이쁘장한 댄스 가수들은 대부분 테크노 코드를 차용한 단란주점 용 멜로디에서 맴돌았고, 가창력을 지닌 발라드나 R&B(리듬 앤 블루스) 계열의 가수들은 카리스마적 외모가 부족했다.

이런 점에서 그룹 ‘솔리드’의 멤버였던 김조한과의 듀엣 ‘Say Goodbye’로 요즘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페이지(본명 안상예·23)는 국내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문 ‘디바’ 형 재목이다.

지난해 2집 히트곡 ‘미안해요’에서 특유의 찰기 어린 보컬을 선보였던 페이지는 지난해 말 발매한 3집 ‘Blue Note’(5만여장 판매)의 타이틀곡인 ‘Say…’에서 R&B 계열의 대선배 김조한에게 밀리지 않는 농익은 보컬을 보여주었다. 그의 특기는 끓는 물처럼, 소절 마디마디를 점성 짙은 목소리로 가늘게 이어가며 그때 마다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것. KBS의 한 가요 담당 PD는 “페이지는 최근 여가수 중 단연 가장 도발적이고 섹스 어필하는 목소리를 지녔다”고 평가한다. 또 김조한, 박정현, 듀오 ‘애즈원’ 등 대부분의 R&B 가수들이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익힌 흑인 풍의 그루브(흥)를 바탕으로 리듬을 타는 데 비해, 부산 출신의 페이지는 제대로 된 발음의 토종 R&B를 구사하는 것도 큰 장점.

게다가 가수 데뷔 전 모델 생활을 했던 그는 이정현을 비롯한 최근 신인급 여가수들을 압도하는 신체 조건을 지녔다.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얼굴에 1m73의 키, 38-24-36의 몸매는 때때로 ‘위압적’일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연출한다. 페이지는 “당분간 내 목소리를 찾는 데 주력한 후 레게나 느린 템포의 댄스곡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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