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살아보니]인천 동구 창영동 '배다리'

  • 입력 2000년 3월 7일 08시 15분


인천 동구 창영동에 사는 주부 이은희씨(34)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150m 정도 떨어진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자주 찾는다.

헌책만 취급하는 책방에 들어가면 책 위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고 해묵은 종이 냄새가 코 끝을 묘하게 자극한다.

하지만 고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하던 옛 서적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어린 시절 ‘보물찾기’놀이에서 보물을 찾아냈을 때를 연상시켜 주곤 한다. 이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입학 기념으로 이 거리에서 구한 위인전집을 선물했다.

경인전철 도원역에서 동인천 쪽으로 걸쳐진 언덕배기를 내려가면 속칭 ‘배다리’가 나온다.

19세기 말까지 이곳에는 큰 갯골이 있어 만조 때면 바닷물이 들어왔다. 1900년 경인철도가 생긴 뒤 철로 주변을 개발할 때까지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배다리’라고 불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동구 창영동에 속하는 이곳에는 현재 단독 및 상가주택 등 1만여 가구가 밀집해 있다.

이곳 배다리 주민들은 인천 최대의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이용한다. 1935년부터 동인천 역 부근 개천 주변에서 야(夜)시장이 벌어지면서 형성된 이곳에는 한복집 이불집 그릇집 의류점 등 300여개의 점포가 길가에 늘어서 있다.

이곳 주민들의 자랑거리는 96년 동구에서 지정한 ‘배다리 관광예술 전문상가’.

‘인천의 인사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장에는 호랑이, 그림, 도자기, 목공예품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주민들은 전통공예 전문점에서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구경하기도 하고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전통공예마당’ 강좌에 참가해 공예를 배우기도 한다. 중앙시장에는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어 싼 가격에 온가족이 외식을 즐길 수도 있다.

집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에 경인전철 도원역이 있고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서해안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인천항 종점이 있어 서울 나들이나 출퇴근도 별로 불편하지 않은 편이다. 주민 박두호씨(47)는 “대형 백화점에 밀려 배다리 상권이 점차 쇠락하고는 있지만 헌책방 공예점 그릇점 등이 아직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