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不識泰山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泰山이라면 중국의 五岳(오악)중 가장 유명한 산으로 山東에 있으며 천자가 封禪(봉선)을 행했던 산이다. 동방의 명산이었던데다 당시만 해도 ‘하늘 아래 제일 뫼’라고 하여 하늘과 가장 가까이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실제 높이는 1,500여 m에 불과하다.

不識泰山이란 ‘泰山을 몰랐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泰山은 산 이름이 아니라 춘추시대 魯나라 사람으로 魯班(노반)의 제자다. 魯班은 公輸般(공수반)이라고도 불렸는데 천하의 細工(세공) 名匠(명장)으로 孟子나 墨子(묵자)에도 등장한다.

泰山이 갓 木工을 익힐 때였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魯班의 맘에 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泰山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배우려는 의욕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또 틈만 나면 배움터를 뛰쳐나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부근에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았다.

연말이 되어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탁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다들 잘 만들었지만 泰山만은 엉망이었다. 화가 난 魯班은 그를 쫓아내고 말았다.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魯班은 시장에서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대나무 가구를 발견했다. 너무도 놀라워 수소문해 본 결과 자기가 쫓아냈던 泰山이 만든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10여년 전 그로부터 배울 때 泰山은 대나무의 유연성에 주목하여 대나무를 익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승이 나무만 고집하니까 하는 수 없이 대나무 숲으로 도망쳐 혼자 익혔던 것이다.

魯班은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나는 눈을 가지고도 泰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후에 泰山은 竹工藝(죽공예)의 창시자가 되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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