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도 선거지만…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16대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과 출마예정자들이 ‘너 죽고 나 살자’ 식 득표전에 몰입하고 있다. 다수 국민은 아직 차분하게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정치권은 지역감정 선동에 원색적인 비방폭로, 돈으로 표를 사려는 작태 등으로 유권자들을 진흙탕 선거판에 끌어들이려 한다.

정치인 ‘품종개량’과 의정(議政)개혁의 진전을 위해선 총선에서 상대적 고품질 후보를 고르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간의 행태들로 보면 또한번의 혼탁 과열 탈법투성이 구태(舊態)선거전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 후유증과 혼란을 키우는 불행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대한 국민적 경계와 냉철한 심판이 요망된다.

또한 선거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경제다. 성장 물가 산업활동 등의 지표가 아직은 좋다고 하지만 복병이 많다. 국제수지흑자의 지속을 확신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물가불안요인도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는 올들어 세계최고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임금인상 압력도 거세다.

금융과 기업의 부실을 충분히 털어내지 못한 가운데 구조개혁의 진전도 불투명하다. 증시의 투기행태에 대한 정책대응이 실종된 가운데 코스닥시장과 벤처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정적자 해소와 소득불균형 완화에 대한 종합적 구조적 해법도 표류상태다.

대외적으로는 고유가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입억제노력을 깨려는 통상압력도 심상찮다. 우리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경제도 지금은 초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1970년대와 같은 심각한 불황으로 반전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기를 잉태할지도 모르는 이같은 불안요인과 해결과제들에 대한 각 경제주체들의 대응자세 정돈이 시급하다. 우선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를 직시하며 이를 정직하게 민간 경제주체들에게 설명하고 보다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경제 순항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을 펴면서 당장의 현안들을 묻어두려 하거나 단기적 인기정책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도 설득력 있는 대안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서 정책대결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라고 정치권에 주문하기도 사실은 겁이 난다. 너나 없이 선거후 경제에 더 깊은 주름살을 남길 것을 알면서도 정합성(整合性) 없는 선거용 정책과 공약만 급조 양산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제발 선거 때문에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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