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최재천/영혼을 정화시키는 370편의 '자연찬가'

  • 입력 2000년 3월 3일 23시 29분


▼'소로우의 노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이레 펴냄▼

미국에 살 때 가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나는 아내와 함께 보스턴 근교 콩코드라는 마을에 있는 월든 호수(Walden Pond)를 즐겨 찾았다. 연못이라 하기에는 좀 큰 편이고 그렇다고 호수라 부르기에는 좀 작은 듯한 그곳은 우리가 살던 케임브리지에서 자동차로 그저 반시간이면 갈수 있는 곳이었지만 아직도 문명의 검은

때가 그리 많이 묻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월든 호수를 따라 솔밭 곁으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우린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은 물론 한 세기 반 전 그곳에 머물던 선현에 대한 경이로움도 함께 느끼곤 했다.

그곳은 바로 다름 아닌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저술가이자 자연학자였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칩거하던 곳이다. 그가 평생 써낸 글 중 특별히 아름다운 것들을 모은 책 '소로우의 노래'(강은교

엮음)를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머리맡에 놓아드린다.

소로우는 "글쓰는 사람은 모두 자연의 서기(書記)"라 했지만 자연이 읊는 소리를 그만큼 훌륭하게 받아 적은 작가를 찾기 어렵다. "아름다움에는 우리가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보다 훌륭한 쓰임새가 있다"고 했던 그는 바로 생물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일컫는 생태학(Ecology)이란 용어를 제일 처음 사용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시집을 읽을 때 나는 되도록 하루에 한편 이상 읽지 않으려 한다. 천천히 하나씩 음미하고 싶어서다. '소로우의 노래'에는 모두 370여개의 짧은 글들이 시처럼 얽혀 있다. 문명사회의 멈춤은 불안을 몰고 오나 자연 속의 멈춤은 늘 아름다운 법. 하루에 그저 몇 구절씩만 읽으면 좋을 듯싶다.

최재천(서울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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