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9일 선물옵션 만기일 "위기냐 기회냐"

  • 입력 2000년 3월 1일 20시 17분


9일은 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시장이 동시에 만기를 맞게 되는 날.

‘더블 위칭데이(double witching day·두 마녀가 날뛰는 날)’라고도 불리는 선물 옵션 만기일에는 시장이 크게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다. 현물-선물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사놓았던 증권사와 투신사의 차익거래펀드가 현물과 선물가격이 같아지는 이날 반대방향의 매매를 하려하기 때문.

특히 이번 선물 옵션 만기일은 결산월을 맞은 증권사들의 이익실현 욕구가 높아져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선물가격이 현물(KOSPI 200)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증권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현물주식을 사고 선물을 팔아놓는 차익거래(arbitrage)를 한다. 두 시장 사이의 가격차이(베이시스)가 클수록 많이 남는다.

베이시스가 줄어들면 사놓았던 현물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들여 이익을 남긴다. 주가지수 선물 옵션 만기일은 현물과 선물가격이 같아지기 때문에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놓은 액수(매수차익거래 잔고)는 일반적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주식규모. 지난달 28일 현재 증권거래소에 공식 신고된 액수는 8924억원으로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1조2000∼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한다.

▽차익거래 잔고가 청산되면〓모두 주식시장에 매물로 쏟아진다면 증시는 일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매수차익거래의 주요 수단이 되는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블루칩’의 주가는 맥없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차익거래를 해소하고 선물 옵션시장에서 다음월물(선물은 6월물, 옵션은 4월물) 거래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놓은 상태를 그대로 이월(롤오버)한다.

따라서 이월물량이 얼마나 될 지가 선물 옵션 만기일 주식시장 교란여부를 결정하는 잣대. 작년 12월9일 선물 옵션 만기일 때는 기관투자가들이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을 받기 위해 롤오버쪽을 많이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당 메리트도 크지 않은데다 3월 결산법인인 증권 투신사가 이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강해 현물시장 혼란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선물 옵션 만기와 연관된 블루칩 약세는 단순히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 따라서 우량주를 싼 값에 사들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베이시스가 축소되면서 매수차익거래 해소용으로 보이는 10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자 외국인들이 덥썩 받아갔다.

마이애셋자산운용 기온창이사는 “당분간 대형주 매매를 피하되 전고점에 비해 주가가 50%이상 떨어진 포항제철이나 한국통신처럼 저평가된 우량주는 9일 주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려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권했다.

증권거래소 옵션시장부 이용재박사는 “저가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으면 차익거래 잔고가 다음달로 이월되는 경향이 있다”며 “모두들 폭락을 예상하면 실제로 낙폭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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