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게임중독' 예방이 최선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공부가 싫어요. 학교에 가봐야 흥미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누나는 공부를 잘하고 그림도 잘 그려 일류 대학에 갈 것 같은데, 나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미워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게임밖에 없어요. 고등학교 1년을 다녀보았는데, 학교가 점점 싫어져요. 학원에 가도 그냥 앉아 있다가 와요. 게임이나 실컷 하다 프로 게이머나 되고 싶어요.”

고교 1년 김모군의 이야기다. 김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락실에 드나들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시기에는 게임을 아주 많이 했다. 김군은 게임방에 드나들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게임 때문에 심신이 지쳐 학교활동에서 처지기만 했으며 스스로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김군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며 공부에 열을 올렸는데 지난 1년간 게임에 빠지며 대학진학의 꿈을 포기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모군의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조카가 하루 5∼8시간을 오락에 빠져 지내며 돈이 필요해 집안의 돈을 내어가요. 동생의 돼지 저금통을 깨서 게임을 하고 학교 칠판을 보거나 누워 있어도 오락실이 어른거린다고 해요. 오락실 문이 닫히는 10시까지 오락실을 떠나지 못한답니다.” 여섯살 때 시작한 오락실 출입이 벌써 7년째이고 온 정신이 오락실에 팔려 있어 어머니의 걱정이 태산같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중독 증세의 사례들이다. 중독이란 술이나 약물 오락 도박 등을 통해 기분을 좋게 만들려 집착하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뇌의 특수 질병이다. 게임과 인터넷 중독 문제는 요즘 대두되는 새로운 현상이다.

최근 중독정신의학 이론에 따르면 뇌의 쾌락 중추가 유달리 예민한 사람이 중독에 잘 빠진다. 다시 말해 중독 체질을 타고 태어난다. 중독체질이라 할지라도 술 약물 도박을 하지 않으면 중독이 되지 않겠지만 일단 중독적 행위를 시작해 유달리 재미있는 경험을 하면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심한 중독으로 들어간다고 보는 것이 최근의 중독학 이론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자녀가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예방이 최상이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1, 2년 방치해 두다 보면 손쓰기 힘들게 된다. 컴퓨터를 거실과 같은 집안의 공동 공간에 둔다든지, 게임을 하는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지키게 하는 등 적절한 감독과 통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도 평균적인 수준의 컴퓨터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미 게임에 상당한 정도로 빠진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잔소리로만 여기기 쉬우므로 이 때는 전문의를 찾아 상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김경빈<경희대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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