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의 힘]'中華경제권'/ 화교자본이 뭉친다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지난해 베이징(北京)의 명동인 왕푸징(王府井)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중충하던 거리가 초현대식으로 말끔하게 단장됐다.

베이징의 백화점 중 가장 오래된 베이징시 바이훠다이러우(百貨大樓)도 2년 간의 보수공사 끝에 새로 문을 열었다. 그 옆으로는 신둥안(新東安)과 스두(世都) 등 고급백화점들이 들어섰다.

초대형 복합건물인 둥팡광창(東方廣場)도 왕푸징의 새로운 명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건물은 연건평 90만㎡에 8개의 오피스빌딩과 9만㎡의 쇼핑센터, 5성급 호텔과 2개 블록의 고급아파트로 이뤄졌다.

이제 왕푸징은 베이징의 최고급쇼핑가로 탈바꿈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말 새로 단장된 왕푸징을 중국 건국 50년의 발전상을 상징하는 거리로 소개했다.

왕푸징이 초현대식 거리로 탈바꿈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화교자본이다.

둥팡광창은 홍콩 청콩(長江)그룹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무려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한 야심작이다. 신둥안과 스두백화점 역시 화교자본으로 세워졌다.

▼ 20억달러 투자 부동산 개발 ▼

리카싱 회장은 또 베이징의 리두(麗都)호텔, 베이징 교외의 고급 별장단지 톈주위안(天竺園)을 조성했다. 상하이(上海) 난징(南京)로의 메이룽전(梅龍鎭)빌딩과 푸둥(浦東)지구의 화무(花木) 빌라단지도 그의 작품이다. 충칭(重慶)의 메트로폴리탄플라자를 비롯해 광저우(廣州) 푸저우(福州) 칭다오(靑島)와 싼시(陝西)성 둥관(東關) 등지에도 대규모 부동산을 개발했다.

홍콩의 또다른 재벌인 호프웰그룹의 고든 우 회장은 외국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망설이던 80년대 발전소 도로건설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외국기업들의 중국투자 불안심리를 씻어주었다.

그가 80년대 광둥(廣東)성에 건설한 두 개의 발전소는 현재 광둥성 공급 전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93년에는 CEPA라는 자회사도 만들어 광시(廣西)성과 네이멍구(內蒙古) 등지에 대한 발전소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개혁 개방에 나선 지난 20여년간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해온 데는 화교자본의 투자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개혁 개방 이래 상하이에 유치된 외자의 70%가 화교자본이다. 상하이 내 각 화교단체가 운영하는 기업만도 100여개를 넘는다. 또 이들은 시정부 당국과 매년 2, 3차례 연석회의를 갖고 향후 발전전략을 논의하는 열성도 보이고 있다.

전세계 화교는 약 6000만명.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 퍼져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세계 화교가 보유한 자금규모는 2000억∼3000억달러.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중국 화교의 86%가 모여 사는 동남아지역에서는 화교들이 이 지역 상권의 50∼80%, 대외무역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화교들은 음식점 세탁소 잡화점 등 전통적인 업종에서 벗어나 전자 화학 정밀기기 등 첨단기술분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식용유를 수출하는 ‘브라질 대두(大豆)왕’ 린쉰밍(林訓明)을 비롯해 500개 이상의 화교기업이 지역경제를 석권해가고 있다.

해운분야에서 화교들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현재 화교가 보유한 선박 총t수는 무려 5000만t. 세계 전체의 12%를 차지한다. 세계 7대 선박왕 가운데 2명이 화교다.

이같은 화교의 힘은 21세기 중국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매년 화상(華商)대회를 개최해 화교기업의 중국진출에 각종 특혜를 주고 있다.

또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산하에 각기 화교업무를 담당하는 교무(僑務)판공실이나 화교위원회를 설치해 화교들의 국내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각 성과 시에서도 이중 삼중의 화교담당조직을 만들어 이들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 전세계자본 3000억달러 추정 ▼

중국은 세기가 바뀌기전인 지난해 12월31일 밤 베이징에 만든 밀레니엄 행사물 ‘중화스지탄(中華世紀壇)’에서 21세기를 알리는 ‘세기의 종’을 타종했다.

중국 CCTV는 전세계 화교들의 밀레니엄 맞이를 현장중계했다. 상하이와 광둥성 산둥(山東)성 등도 세계 각지의 화교대표 수천명을 초청해 행사를 치렀다. 화교들과의 결속을 통해 21세기를 중국과 중화민족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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