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묘기자전거 달인 정현진씨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지난해 12월 육군 중사로 제대한 정현진씨(27). 그는 말 그대로 ‘진짜 사나이’다.

하얀 얼굴에 가냘프게 보이는 몸매. 언뜻 봐서는 문약한 ‘책상물림’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다.

호리호리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강철처럼 탄탄하고 정신력 또한 육군 하사관 출신 답게 강하다.

그가 이처럼 강한 남자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전거 타기.

88년 고교 1학년 때 서울 목동에 살던 그는 근처 대학생들이 묘기자전거(BMX·Bicycle Motor Cross)를 타는 것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12년이 지난 지금 BMX의 ‘달인’이 됐다.

당시 공원에 모여 BMX를 타던 100여명의 동호인들이 지금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이지만 정씨만은 지금도 틈이 나면 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X게임’장을 찾아 BMX를 즐기고 있다.

사회 생활로 대부분의 초창기 BMX 동호인들이 중도 포기를 한 반면 정씨는 군대에서도 자전거 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94년 일반병으로 입대해 상병 때 하사관 교육을 받은 그는 부대에서는 BMX를 타기가 여의치 않아 종목을 산악자전거(MTB·Mountain Bicycle)로 바꿨다.

MTB는 체력 연마에 그만인데다 장애물을 통과하는 트라이얼 종목은 BMX와 크게 다르지 않아 군대 생활 6년 동안 틈틈이 자전거를 타면서 감각을 잃지 않았다.

정씨는 “일반인 중에는 BMX를 위험한 사치성 오락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느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BMX를 즐길 수 있는 20만원대의 자전거도 나왔고 보호장구만 확실하게 갖추면 부상도 거의 없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는 “BMX는 체력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기술이 무한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한가지씩 배우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제대 후 목동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현재 BMX의 원조라고 할 만하며 산악자전거 트라이얼 부문의 국내 1인자.

요즘 후배 20여명과 BMX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는 한국스포츠TV를 통해 X게임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신세대를 중심으로 BMX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동호인들이 차츰 생겨나고 있어 큰 희망을 갖고 있다.

주말 오후 BMX를 접해 보고 싶은 사람은 올림픽공원 X게임장을 찾아가면 정씨의 묘기 시범과 함께 한 수 지도를 받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을지 모른다.

▼美선 'X게임' 주요종목…국내 동호인 증가추세▼

오토바이형 자전거인 BMX는 산악자전거 MTB와 함께 모험을 즐기는 젊은 레포츠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MX의 ‘천국’이라 할 미국에서는 80년대 초부터 성행하기 시작해 현재 21세기형 스포츠인 ‘X게임’의 주요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는 88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서울 여의도공원 등에서 100여명의 동호인이 구성되기도 했으나 협회나 단체로 발전하지 못하다가 최근 신세대를 중심으로 서서히 붐이 일고 있다.

BMX에 쓰이는 자전거는 오토바이형 자전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핸들이 360도 회전해 활동성이 뛰어나고 점프, 점프회전, 앞바퀴 들고 회전, 제자리 멈춰 뛰기 등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릴 수 있다.

또한 비좁은 도시공간에서도 지형지물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든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BMX는 아직 등록 단체나 협회가 없이 동호인끼리 삼삼오오 행해지기 때문에 처음 배우려는 사람은 한국스포츠TV 사업팀이 모집하고 있는 X게임 정식회원에 등록하는 게 빠른 길. 문의 02-2240-5705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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