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日하쿠바 스키마을/장대한 雪山 경쾌한 '씽씽'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노래하고 피아노연주하는 노영심은 ‘스키의 미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멋지게 내려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운동이잖아요. 스키를 통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멋지게 내려서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스키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서너해전 들었던 이 말이 최근 일본 나가노현의 스키마을 하쿠바무라(白馬村)에 갔을 때 문득 떠올랐다. 마을의 하늘을 절반이상 가린 기타(北)알프스산맥의 장대한 산자락을 보는 순간 여기서는 스키를 탄다기 보다는 스키를 신고 멋지게 내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손대어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수려한 능선과 고운 설경 탓이었다.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가 된 홋카이도 오타루시의 단아한 설경에 뒤지지 않는다.

북미 로키나 유럽 알프스산맥의 스키마을은 대개 깊은 계곡에 있다. 그러나 하쿠바(해발 750m)는 분지에 있다. 분지형 스키장의 특징은 스키 탈 곳이 많고 접근성도 좋다는 것. 마을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설원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은 프랑스 알프스 사부아지역의 ‘라 플란’이다. 4개의 산에 파묻힌 분지에는 스키장이 무려 10개(스키마을의 해발고도는 1250∼3250m)나 된다. 이곳 출신 장뤽 크레티어가 지형이 비슷한 하쿠바의 하포네스키장에서 올림픽 금메달(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남자다운힐)을 거머쥐었다는 것도 우연에만 그치는 게 아닌 듯 하다.

하쿠바에도 스키장은 7개나 된다. 마을 주변에 슬로프가 즐비하다. 스키장이 700개가 넘는 일본에서 두 번째 올림픽이 열릴 만하다. 그 하쿠바에서도 최고는 남녀스키다운힐(활강)경기가 열린 하포네(八方尾根)스키장이다. 올림픽경기 78개 종목 중 28개 종목을 이곳에서 치렀다.

곤돌라와 리프트를 갈아 타고 정상에 올랐다. 해발고도는 1831m. 장뤽 크레티어가 디뎠던 다운힐 출발대가 거기에 있다. 여기서 베이스(해발 750m)까지는 35∼13도 경사의 슬로프가 쉼없이 이어진다. 완급이 교차하는 널찍한 슬로프 4,5개가 계단식으로 이어지는데 총연장은 3㎞가 족히 돼보였다. 중상급자에게 버거울 정도의 경사여서 힘도 들지만 파우더스노의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다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다운힐 내내 눈 앞에 펼쳐지는 마쓰카와(松川) 히메카와(姬川)가 흐르는 하쿠바 마을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온천은 일본 스키여행중 빼놓을 수 없는 최상의 ‘애프터스키’(Afterski). 하쿠바 마을과 주변 산속에 아담한 온천이 130개나 된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눈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자. 그리고 따끈한 청주가 담긴 술잔을 나무쟁반에 담아 탕에 띄워 두고 설경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하면서 들이켜는 청주 한 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前한국대표 코치 마루야마, 평생모은 스키 호텔전시▼

나가노올림픽의 주무대가 된 하쿠바. 산속의 작은 마을이지만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인연의 고리는 역시 눈이고 그 무대는 겨울 대관령이다. 1968년 당시 대관령에는 리프트 시설이 없었다. 우리 스키국가대표팀은 거기서 훈련을 했다. 당시 정부는 국제대회에 파견하기 위해 일본인 코치를 초빙했다. 그 코치는 리프트 없이는 훈련효과가 없다며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3년만에 한국팀을 고향인 하쿠바에 데려가 본격적으로 훈련시켰다. 그게 인연이 되어 그는 이제 집에서 고추장과 김치까지 담가 먹을 만큼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그는 일본스키계의 원로인 마루야마 쇼지(丸山庄司·67·사진). 현재 일본스키연맹 상무이사로 일하며 하쿠바에서는 아담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호텔에는 평생 모은 기념비적인 스키가 진열돼 있으니 하쿠바에 갔다면 한번쯤 들러 봄직하다.

▼하쿠바지역 스키장▼

△시즌〓12월초∼5월초 △적설량〓10m △규모〓스키장 7개로 일본최다. 기타알프스산맥내 15개 중 7개 밀집 △온천〓4종,10개. 이중 하포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알칼리성이 강함 △가는 길〓서울↔도야마(아시아나항공 주3회 운항) 도야마↔후쿠바(차량이동 1시간반)

▼여행상품▼

스키전문 박경숙여행사(www.skiexpress.com)는 3박4일 상품을 판매중이다. 스키는 꼬박 이틀 주야를 탈 수 있다. 어른 68만원, 어린이 58만원. 02-3785-0127

<하쿠바(일본나가노현)〓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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