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농림장관에 대한 '경고'

  • 입력 2000년 2월 3일 17시 46분


관권선거운동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농림부가 ‘OK농정’이라는 정책 홍보자료 160만부를 전국 140여만 농가와 농업 관련 기관에 배포하다가 김성훈(金成勳)장관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사실상의 ‘경고’ 조치를 받았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역구 자당(自黨) 후보들에 대한 불법선거운동도 벌써부터 심상찮은 수준에 이르고 있는 모양이다.

농림부가 최근 시 군 읍면동 통반 등을 통해 전국에 배포한 타블로이드판 32쪽짜리 농정홍보자료는 노골적으로 4·13총선을 겨냥한 선거홍보물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홍보물의 내용이 ‘2000년대에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공약성 성격을 다분히 띠고 있는데다 ‘당정(黨政)협의’를 거쳐 1조8000억원을 농가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등 농민들의 표심을 노린 흔적이 역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 특정 정당이 농가부채대책에 기여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책자를 배부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농림부에 이 홍보물의 배포를 중지하도록 ‘협조요청’을 했지만 이는 선거법을 위반한 데 대한 사실상의 ‘경고조치’라는 설명이다. 사실 농림부의 이번 행태는 아무리 변명을 해도 불법 관권 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림부의 홍보자료 배포가 당정간의 사전 협의나 교감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아니면 오직 김장관의 오도된 ‘충성심’과 ‘공명심’의 발로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마찬가지다. 현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이같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도 제대로 된 민주선거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교묘한 방법으로 자당출마 예정자를 홍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행위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자치단체의 실적을 소개하는 모임이나 책자에 특정 정당 입후보예정자의 이름을 끼워 넣고 그의 ‘공적’을 ‘치하’하는 간접 선거운동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여권단체장 지역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신(新)관권선거운동’은 선관위도 일일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불법 타락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권선거운동을 배제하기 위한 자정(自淨)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림부의 홍보물도 정부가 자진 회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관계자를 문책할 일이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과열되어 혼탁해지리라는 우려의 소리가 많다. 정부는 미리부터 관권 및 금권 타락선거가 되지 않도록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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