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시장 동조화 탈출 양상…한국증시 '독립의날'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이달초가 지나면 그동안 국내 증시를 짖눌러온 악재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된다. 불확실성의 해소 만큼 좋은 호재는 없다.”

1월 한달동안 국내 증시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폭과 이달 8일의 대우채 95% 환매부담감이 뒤엉키면서 큰폭의 조정을 겪었다. 지난 주말 미증시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31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이 동반상승세로 돌아서자 증시에선 이들 두 악재가 미리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향후 상승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증시와의 동조화가 깨지는가〓증권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31일을 한국증시의 독립일로 삼자’는 격문이 나돌았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는 지난 주말 미증시의 폭락부담감을 떨쳐낸데 대해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날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두가지 요인으로 해석했다. 첫째 미국의 금리인상시기와 대우채 환매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의 하락폭이면 두가지 악재로 인한 부담감이 증시에 충분히 반영된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미래에셋 이병익자산운용본부장은 “지난 주말 미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엔화와 유러화에 대한 미달러화가 강세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미증시 조정가능성을 상당부분 희석시킨 점도 이날 투자심리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수급측면에서도 주식수요를 늘리는 호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국민연금이 1일부터 4개 자산운용사를 통해 2000억원가량을 본격 운용하기로 한데 이어 미래에셋 박현주6호 등 신설 펀드들도 31일부터 주식매입에 본격 착수했다. 증권가에선 이런 자금들이 설이전 추가하락 가능성을 막을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닥은 바닥을 확인했나〓코스닥시장의 경우 그동안 미국 나스닥증시의 등락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코스닥의 상승세’에 특별한 의미를 둘려는 분위기다.

사실 지난 주말 미 나스닥이 큰폭 하락하면서 4000포인트가 붕괴되자, 이날 동시호가엔 팔자물량이 사자물량을 압도해 추가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정도였다.

신흥증권 김관수코스닥팀장은 “코스닥시장이 선(先)조정으로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나스닥시장의 급락여파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같다”며 “일단 코스닥시장은 176선대에서 바닥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이후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은 향후 코스닥시장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호재라는 분석. 그러나 이날 상승세가 이어질 때마다 개인들의 팔자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온데다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개인들의 미수물량은 여전히 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적 반등인가,추세적 상승인가〓일단 미국 FOMC의 금리인상폭에 따라 국내 증시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친다면 국내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타겠지만,인상폭이 0.50%포인트로 확대되면 일시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인상폭이 확대되더라도 이는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볼 수 있다”며 “지난달 26일의 저점인 885선은 무난히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이날 상승은 2월초 대우채 환매가 무난히 해결될 것으로 보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라며 ‘기술적 반등’에 비중을 뒀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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