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탁안전' 행정 일관성 있게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세계 133개국 대표가 엊그제 유전자조작물질(GMO)의 국가간 이동을 통제할 수 있는 ‘생물안전의정서’를 채택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의정서는 5년간 협상에 나섰던 나라들이나 환경단체들이 환영한 바와 같이 유전자조작 위험으로부터 환경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유전자가 조작된 농산물이나 변형생물체의 수출입을 제한할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도 유전자가 조작된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이 환경이나 인체 건강에 해를 끼치는지 아닌지는 밝혀진 게 없다. 그렇지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서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이 시판되는 두부의 82%가 미국에서 수입된 유전자 조작 콩으로 제조됐다고 발표한 후 두부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던 일은 이를 말해준다. 소비자들의 반발에 농림부는 서둘러 2001년 3월부터 콩 콩나물 옥수수에 대한 유전자 조작 표시를 의무화했지만 소비자들은 이의 실효성을 미심쩍어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유전자가 조작된 씨앗 등을 다루는 농림부나 가공식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가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보임에 따라 증폭됐다. 즉 농림부 등에서는 이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일반 농산물과 전혀 구분치 않고 수출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대책을 세울 수 없다고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연간 650만t의 농산물을 수입하면서 그 중 유전자조작농산물이 140만t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수치를 모르는 정부에 ‘식탁의 안전성’을 맡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의정서 채택으로 정부는 미국에 대해 유전자조작물질의 정보 요구도 할 수 있고, 수입 거부도 할 수 있게 됐다.

의정서는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다. 정부로서는 차근히 준비할 게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의정서 규정이 유해가 입증되지 않은 유전자조작물질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무역 원칙에 위반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상충될 수도 있는 것은 큰 틀의 문제이지만, 의정서 발효 후 협상해야 할 문제도 많다. 또한 유전자조작물질의 수입과 거부를 판정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 방법의 개발, 소비자가 유전자조작 식품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유전자조작물질 문제는 수입, 통관, 가공식품, 환경, 의정서 비준과 협상 등 정부로서도 어느 한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부는 유전, 환경, 생물영향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관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