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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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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부가 가공(架空)의 벤처기업수 늘리기에 바쁜 와중에 사회 일각에선 반(反)벤처기업 정서가 번지는 모양이다. 이 나라에 벤처바람이 불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코리안은 역시 급성(急性)인가. 성미들이야 어떻건 걱정은 딴 데 있다. 재벌은 재벌대로 모든 악의 온상인 양 매도하고, 벤처는 벤처대로 너무 쉽게 떼돈 번다고 질시하면 누가 고용을 하고 누가 세금을 내나.
▷정상적으로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에겐 기립박수라도 보내야 한다. 이들은 그저 운이 좋았거나 무슨 특혜 덕분에 누워서 떡을 먹은 게 아니다. 국내외 경제와 비즈니스세계의 변화를 남보다 먼저 읽어 이를 십분 활용했거나 더 나아가 미래형 패러다임을 스스로 만든 사람들이다. 이들의 모험과 도전정신, 고뇌와 천착, 길이 없는 곳에서 새 길을 만들어낸 상상력과 연구심은 보상받아 마땅하다. 그런 보상이 없다면 세상은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벤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나도 밤잠 설치며 일했는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야 하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식경제 디지털경제 글로벌경제의 시대엔 새 것과 낡은 것, 승자와 패자뿐만 아니라 1등과 2등의 근소한 차이조차 전부(全部)와 전무(全無)의 격차를 내는 현실을 인정하고 세상에 대처해야 한다.
▷물론 ‘사이비’벤처도 적지 않다. 이 가짜들이 벤처육성정책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수법으로 ‘한탕’에 나서면서 코스닥 등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화근이 되고 있다. 반벤처 정서가 이 사이비들에 대한 반감이라면 오히려 당연하다. 문제는 옥석을 구분하는 일이다. 이를 정부와 시장이 함께할 수밖에 없다. 2만개니 4만개니 다산(多産)만능의 숫자놀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부의 구태(舊態)도 고칠 일이고….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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