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와케치-아구아스 다 아마조니아

  • 입력 2000년 1월 25일 11시 56분


'와케치-아구아스 다 아마조니아'

(필립 글래스·포인트 뮤직) ★★★★

동당동당동당동당.... 비슷한 타악음의 반복. 그러나 미세하게 변모하는 고저장단(高低長短)에 의해 그 비슷함은 제각각의 개성을 얻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경지에 이른다. 일정한 박자로 진행되는 단조로운 음표들은, 그 단조로움 속에서 묘한 신비감을 자아내는데, 그러면서도 음울하지 않고 경쾌하며, 때로 화창하기까지 하다. '와케치'로 발음되는 이 음반의 제목 'UAKTI'는 브라질의 유명한 음악 앙상블 이름이다. 클래식 음악으로부터 뉴에이지, 세계 민속음악 등 광범한 분야를 자유자재로 섭렵하는 '포스트모던적인' 앙상블로 유명하다.

와케치라는 이름은 아마존 유역에서 전해 오는 전설 속의 생물. 온몸에 구멍이 뚫린 이 거대한 생물이 숲속을 달릴 때마다 그의 몸을 통과하는 바람소리에 의해 경이롭고 흥미로운 음악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한 전설과 연원을 알고 나서 다시 듣는 와케치의 음악, 아니 필립 글래스의 음악은 더욱 신비롭고 경이롭다. 이국적 흥취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도구들 - 파이프, 유리, 철(鐵), 바위, 고무, 심지어 물조차도 이들이 이용하는 악기 중 하나다. 어떤 것으로든 소리를 낸다는 웅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두드리기만 하는 '난타'(亂打)를 연상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소리는 지극히 정제돼 있으며 질서정연하다. 언뜻 혼란스러운 듯 다채롭지만 가지런한 일관성을 잃지 않은 혼란이고 일탈이다.

필립 글래스와 와케치는, 이 음반을 통해 소리의 전방위성, 또는 편재성(遍在性)을 시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한없이 단순한,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 깊이를 알기 어려운 심오함과 다채로운 풍경을 간직한 소리의 세계. 와케치의 천변만화한 소리 풍경은, 이 대목에서 아마존의 그 압도적이고 방대한 밀림 풍경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김상현<동아닷컴 기자>dot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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