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손목전자제품 개발 붐

  • 입력 2000년 1월 23일 22시 14분


소형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손목에 찰 수 있는 형태의 다양한 장치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미 선을 보였거나 곧 선보이게 될 손목 장치들로는 휴대전화 호출기 전자우편수신기 컴퓨터 카메라 MP3플레이어 TV수상기 음성녹음기 TV VCR리모컨 건강모니터 고도계 게임기 등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심지어 스키 리프트와 박물관의 입장권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은 너무 당연해서 설계를 할 때 깜박 잊어버렸다가 나중에야 아차! 하고 첨가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위의 전자 장치들이 아예 사람의 뇌에 직접 이식될 수 있는 날이 오기 전까지 손목은 그 장치들을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손목의 장치는 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도 않고 눈으로 보기도 쉽다. 또 손목은 발목보다 훨씬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있다.

전에는 손으로 들고 다녀야 했던 장치들이 허리띠에 찰 수 있을 만큼 작아진 것은 회로 통합 기술과 동력 관리 기술의 발달 덕분이었다. 이제 이 장치들이 손목으로 옮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여러 전자 장치들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장치들이 주머니나 가방 속에서 그냥 사라져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끈을 매달아 손목에 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1월 초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모토로라와 삼성은 디지털 전화 시계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옛날에 딕 트레이시라는 탐정 만화 주인공이 손목에 차고 다녔던 쌍방향 무전기와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삼성이 올해 말 이전에 시장에 내놓을 예정인 디지털 전화 시계는 음성 인식기술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목소리로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작은 스피커폰이 달려 있어서 이어폰도 필요하지 않다.

모토로라의 손목 전화 역시 음성 인식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화를 이용하려면 귀에 꽂는 스피커와 마이크 코드가 필요하다. 모토로라 측은 다른 형태의 손목 전화 시제품을 현재 시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딕 트레이시의 쌍방향 무전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6년 1월이었다. 1977년부터 1993년까지 이 만화를 그렸던 맥스 앨런 콜린스는 이 만화를 기획한 체스터 굴드로부터 원래는 트레이시에게 손목 TV를 채워주고 싶었지만 편집 담당자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리띠에 모든 장치를 달고 다니는 배트맨과 달리 손목 장치를 더 좋아했던 트레이시는 1980년대 초에 손목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곧 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도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손목 컴퓨터가 등장한 것은 1994년이었고, 어색한 크기의 손목 TV는 1998년에 나왔으며, 카시오의 TV 리모컨 시계는 1999년에 선을 보였다.

삼성 디지털 그룹의 마크 녹스는 현재 손목 TV보다 더 흥미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고해상도 화질의 모니터 역할을 하는 안경에 부착될 수 있는 손목시계 스타일의 TV 수상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안경과 결합한 손목 TV는 60인치 HDTV와 맞먹는 화면을 사용자의 눈앞에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녹스는 “이런 제품이 올해 당장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내년에는 선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재 손목이라는 작은 공간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장치들은 아주 많다. 카시오의 손목 오디오 플레이어는 올 봄에 약 250달러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우표 크기의 흑백사진을 100장까지 저장할 수 있는 카시오의 데이터뱅크 카메라 시계는 5월에 약 200달러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또 1998년에 러퓨터라는 이름의 손목 컴퓨터를 내놓았던 세이코 인스트루먼츠는 배터리 대신 사람의 체열을 동력으로 이용하는 손목시계를 내놓기도 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1/circuits/articles/20wat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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