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아름답고 경이로운 청년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누구나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 이 작은 기적을 위해서는 하루 15분이면 된다.” 23세의 청년이지만 이미 대단한 사회운동가의 반열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대니 서. ‘행동하는 세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그의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는 환경보호 불우이웃돕기 동물보호 등 시민운동에 앞장섬으로써 상도 찬사도 많이 받았다. 그는 1995년 18세의 나이로 ‘슈바이처 인간존엄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피플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스윙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대’에, 매거진지 선정 ‘아시아계 미국인 경영자 10인’에 뽑혔다. 그뿐만이 아니다. 1999년8월 워싱턴포스트지 특집기사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22세 청년’으로 지칭됐다. 그가 환경연합 초청으로 16일부터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짐작하기도 간단치 않지만 그는 12세부터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섰다. TV에서 동물의 학살장면을 보고 충격받은 그는 ‘지구 2000년’이란 모임을 조직하기로 결심했다. 동물이 지역 공동체의 일부임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지구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12번째 생일날 친구들에게 그 모임의 회원 가입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 자신이 낸 10달러 등 23달러57센트의 자금으로 태어난 이 모임은 그가 19세 생일을 맞았을 땐 회원이 2만6000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청소년환경단체로 변했다.

▷그가 해 온, 또 하고 있는 감동적이고 신선한 일을 열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교를 170명 중 169위로 졸업하고 대학진학도 거부한 그의 신념, 의지, 실천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지역단체까지 포함해 2만개쯤 된다고 하나 지역단체는 회원이 수백명에도 못미치는 것이 많다고 한다. 세상 바꾸기는 뜻 있는 사람 한명 한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선거를 앞둔 시민단체의 연대활동도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윤득헌 논설위원> 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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