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조훈현-루이나이웨이 國手戰 첫 性대결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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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둑사상 처음으로 타이틀이 걸린 첫 ‘반상의 성(性)’ 대결이 이뤄진다.

‘바둑계의 거인’ 조훈현(曺薰鉉)9단과 ‘반상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한국기원 소속의 중국 여류기사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이 17일부터 43기 국수전(동아일보 주최) 타이틀을 놓고 3차례의 대국을 펼치는 것.

이번 성 대결은 바둑계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동안 루이9단과 중국의 펑윈(豊雲)9단 등이 세계 여자바둑계의 정상으로 활약해 왔지만 남성 기사들이 출전하는 일반 기전에서 타이틀 도전자로 나선 적은 없었다. 국내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전의 명성에 성 대결이라는 관심이 겹쳐 바둑 팬은 물론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루이9단이 4일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돌부처’ 이창호(李昌鎬)9단을 꺾고 도전권을 획득하자 한국기원에는 “루이나이웨이가 그렇게 잘 두느냐?” “21세기에 접어드니 남성 기사들이 주도하던 바둑계에도 ‘우먼 파워’가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이 잇따랐다.

한국기원 정동식(鄭東植)사무총장은 “관록의 조국수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루이9단이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9단을 꺾은 만큼 세계 바둑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조9단은 국수 외에도 패왕전과 중국이 주최하는 춘란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루이9단은 이9단을 꺾은 기세를 몰아 제1회 흥창배 세계여류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 오르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며이대 바둑학과 정수현(鄭壽鉉·프로9단)교수는 “이번 대국은 성 대결이라는 점 외에도 발빠른 행마로 ‘제비’로 불리는 조9단과 전투형 바둑을 구사하는 루이9단의 대조적인 기풍 때문에 좋은 기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편인 프로기사 장주주(江鑄久)9단과 함께 한국기원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기거하고 있는 루이9단은 “텐안(天安)문사건 이후 고국을 떠난 남편과 일본에서 만나 냉수 한 사발을 떠놓고 결혼한 뒤 미국과 일본 바둑계를 떠돌다 98년 3월 한국에 정착해 모든 것이 안정되고 있다”면서 “우리 부부를 받아준 한국에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1차전은 17일 오전10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지며 인터넷 한국기원 홈페이지(www.baduk.or.kr)를 통해 생중계된다. 케이블TV의 바둑TV(채널 46)는 오후2시부터 대국을 중계한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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