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과학이다]마라톤 신발

  • 입력 2000년 1월 13일 19시 11분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인들의 꿈은 끝이 없다. 어떻게 하면 ‘벽’을 깨고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스포츠과학은 이런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새천년 새해. 요즘 스포츠과학은 어디까지 왔을까.》

달리기선수에게 신발은 새의 날개와 같다. 어떤 신발을 신고 뛰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다. 특히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42.195㎞의 풀코스를 뛰어야 하는 마라토너들에겐 더욱 그렇다. 마라톤신발은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우면서도 스펀지처럼 발바닥 충격을 잘 흡수해주는 게 최상이다. 신발 무게가 10g이 더 무거우면 마라톤 기록은 최고 1분이 늦어진다는 조사도 있다.

코오롱이 한창 개발중인 마라톤화 ‘카오스Ⅳ’. 올 시드니올림픽에 맞춰 야심차게 개발중인 마라톤신발이다.

수시로 변하는 선수들의 몸과 마음, 나라마다 다양한 코스 등 일정치 않은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록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카오스(CHAOS)시리즈’중 하나다.

98년 개발완료된 카오스시리즈는 이미 이봉주 김이용 등 전 코오롱 선수들이 신고 뛰어 품질이 입증됐다. 이봉주가 이 신발로 98년 로테르담마라톤에서 한국 최고기록(2시간07분44초)을 내고 그해 방콕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 김이용이 98년 동아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카오스시리즈’는 물리학의 ‘카오스이론’을 원용한 것으로 해부학 인체계측학 운동역학 등의 각종 전문 이론을 접목시켜 장시간의 러닝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적이고 반복적인 러닝장애를 제거하는데 중점을 둔 것. 개발비로만 총 7억여원이 들었다.

코오롱개발팀은 카오스마라톤화의 특징으로 △중량 150g대의 가벼움 △달릴 때 발 뒤꿈치에 가해지는 체중의 2.7배에 달하는 충격력을 2.3배까지 줄이는 충격흡수성 △직경 2㎜의 돌기조각 디자인과 ‘논 슬립(Non Slip)러버’로 미끄럼방지 △마라톤 완주시 분비돼 신발로 흐르게 되는 700∼900㏄에 이르는 땀을 충분히 배출시킬 수 있게 만든 통기성을 들었다.

코오롱개발팀은 새로 1억여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연구중인 ‘카오스Ⅳ’는 기존 시리즈보다 더 가볍고 탄성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코오롱 마라톤화 개발파트에서 디자인과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희석과장은 “시드니올림픽에 맞춰 개발중인 ‘카오스Ⅳ’는 무게를 기존제품보다 30% 가량 줄여 신발의 무게를 100g으로 가볍게 만들면서 바닥도 기존의 ‘하이라이트 파이런’을 대체하는 솔소재 부착으로 추진력을 한층 높인 신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카오스’신발이 다른 유명브랜드에 비해 세계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 또한 대부분 한국 마라토너들이 외국산 마라톤화를 더 즐겨 신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코오롱개발팀이 주장한 것과는 달리 마라토너들 입장에서는 뭔가 맞지 않는 면도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황영조가 신었던 신발도 아식스였다.

육상 전문가들은 국산 마라톤화도 외산에 비해 뒤질게 없다며 한국선수들이 국산마라톤화를 신고 올림픽무대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설 날도 멀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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